“트럼프 트윗 집중 검증… 사실확인에 2개월반 걸린적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6일 03시 00분


[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 가짜뉴스와의 전쟁]
WP ‘팩트체커’ 이끄는 케슬러 편집장

글렌 케슬러 미국 워싱턴포스트(WP) ‘팩트체커’ 편집장.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글렌 케슬러 미국 워싱턴포스트(WP) ‘팩트체커’ 편집장.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지금까지 2000개 이상의 ‘팩트체커’ 칼럼과 기사를 썼습니다. 사실 여부를 정확히 검증해 내는 데 2개월 반이 걸린 적도 있죠. 특정 팩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간 공개된 적이 없는 비밀 자료를 단독으로 확보하기도 했고요.”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내 팩트체킹 부서인 ‘팩트체커’를 이끄는 글렌 케슬러 편집장(60)이 기자와 만나자마자 한 말이다. 1959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난 그는 브라운대 학사, 컬럼비아대 석사를 졸업한 후 언론계에 입문한 35년차 베테랑 기자. 뉴욕지역지 뉴스데이 등을 거쳐 1998년 WP에 합류했고 백악관, 국무부, 의회 등을 담당하며 정치 및 외교안보 분야를 두루 취재했다. 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 권력 암투를 소재로 집필한 책 ‘측근(The Confidante)’은 큰 화제를 모았다.

케슬러 편집장은 “팩트체킹은 저널리즘의 여러 영역 중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라며 “전 세계에 우리 같은 팩트체킹 기관이 약 150개 있다”고 했다. 현재 ‘팩트체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설, 기자회견, 트위터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케슬러 편집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WP의 팩트체킹에 대해 10번 넘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사실 관계가 불분명하거나 의심스러운 자료들도 단골 검증 대상이다. 대표적 예가 ‘멕시코로 여행하거나 이주한 여성의 60%가 성폭행당한 경험이 있다’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의 최근 보고서. ‘팩트체커’가 이 보고서를 검증한 결과 무려 21년 전인 1998년 과테말라의 한 작은 교회에서 출판한 책을 인용해 만든 자료임이 드러났다. 심지어 해당 책의 정확한 문구는 ‘멕시코로 여행 혹은 이주한 60%의 여성이 성폭행, 성희롱, 멕시코에서 (성관계) 연애를 한 경험이 있다’였다. AI처럼 유명한 기관조차 사실 관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보고서를 만들었음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정보의 양이 급속도로 증가한 데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빠르게 유포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팩트체킹에 관한 독자들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케슬러 편집장은 “인용과 재인용이 반복되면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때가 많다”며 “자신이 읽거나 보는 내용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워싱턴포스트#팩트체커#글렌 케슬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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