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형법 제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 소원에 대해 11일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것과 관련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시키고 남성에게서 부당하게 면제하는 결정”이라고 평했다.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비록 대한민국 법률에서 낙태죄가 개정되거나 폐지되더라도, 한국 천주교회는 늘 그리했듯이, 낙태의 유혹을 어렵게 물리치고 생명을 낳아 기르기로 결심한 여성과 남성에 대한 지지와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동시에 “낙태로 말미암아 정서적,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상처를 입고 화해와 치유를 필요로 하는 여성에게도 교회의 문은 변함없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천주교회는 이번 헌재 결정을 보완할 법 도입도 요구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한 여성과 남성이 용기를 내어 태아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도록 도와줄 법과 제도의 도입을 대한민국 입법부와 행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는 것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도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를 통해 유감을 표했다. 다만 “최근 낙태죄에 대한 논란으로 태아를 포함한 생명의 존엄성과, 여성을 포함한 인권 존중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진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한 후속 입법 절차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생명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허 신부는 “우리사회가 출생과 사망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반에서 생명의 문화를 지켜내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우리 가톨릭교회도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해 3월22일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100만 천주교 신자들의 서명지를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 “아이와 산모를 보호하여야 할 남성의 책임을 강화할 것, 모든 임산부모를 적극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해왔다.
헌재는 이날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산부인과 의사 등이 제기한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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