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동교로의 독립서점 ‘진부책방스튜디오’. 40여 명의 함성이 실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최근 ‘너의 악보대로 살면 돼’(더난출판)라는 에세이를 펴내 주목받는 합창 지휘자 겸 강사 김진수 씨가 자신감을 북돋우는 주문 ‘브라보’를 선창하자, 청년들도 따라 외치며 책방은 공연장처럼 돌변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청년들과 소통, 공감을 목표로 기획한 ‘북 콘서트’의 첫 행사였다.
청년드림 북 콘서트는 청년드림센터에서 청년들에게 취업과 창업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파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치유의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날 객석은 20대 청년 42명으로 가득 찼다. 김 지휘자는 소통의 중요성과 방법을 설파했다. 저자는 자신의 아픔부터 털어놔 좌중의 공감을 샀다. 성우나 성악가를 연상케 하는 중후한 미성 뒤에 뜻밖의 이야기가 있었다. 김 지휘자는 “선천적으로 혀의 길이가 짧고 한때 구강 마비도 겪었으며 내성적인 성격으로 어려서부터 따돌림을 많이 받았다”면서 “음성학과 언어 치료를 통해 목소리를 바꾸며 자신감을 얻었고 세상에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김 지휘자는 소통의 3원칙으로 심(心), 포(抱), 니(爾)를 제시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공감 능력(心), 상대를 포용하고 배려하는 자세(抱), 너와 당신(爾)이다. 호흡과 템포 맞추기, 정확한 표현이 그 실천법이다.
김 지휘자는 스스로를 ‘모난 지휘자’라 일컬었다. 14년째 이어온 각종 기업·기관 강의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강의는 수강생뿐 아니라 스스로를 가르치는 과정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바흐와 헨델, 베토벤과 하이든을 오가며 친근한 클래식 이야기도 곁들였다.
청년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전북 전주에서 온 박달원 씨(23)는 “저 역시 열등감이 많았고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에서 위로와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중간고사 기간이라 올지 말지 망설였는데 많은 힘을 얻고 돌아간다”고 했다. 김유현 씨(21·여)는 “타인과의 부드러운 소통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날 북 콘서트에는 소프라노 주희원, 테너 김재민 씨가 강의 중간 무대에 올라 노래를 들려줬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부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실린 ‘All I Ask of You’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강의에 쉼표와 느낌표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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