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배우, 칸 수상가능성 아주 높다…봉준호 전망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2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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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사람들과 일반사람들이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동선이 다르달까, 경계선을 쳐놓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공간들이 나뉘어져 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전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마주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궁금했다.”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봉준호(50) 감독이 작품 구상 배경을 밝혔다.

봉 감독은 “영화를 맨 처음 구상한 건 2013년 겨울로 기억한다. 2013년 처음 구상해서 제작자들과 얘기 나눌 때는 ‘데칼코마니’라는 가제로 1년 정도 진행했다.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갈 것 같은데, 전혀 다른 두 가족이 아주 독특한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이라고 말했다.

“기우라는 백수 가족의 장남이 경계선을 허물며 영화가 시작된다. 두 공간의 대비가 필요했고 극과 극의 환경을 한 영화에서 보여주기 위해 영화 속에서 두 가족이 사는 집 등에 극명한 대비를 줬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은 계층 간 존재하는 경계선과 그 경계선 내 각기 다른 동선을 가진 사람들의 조우를 통해 ‘상생과 공생’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다.

실제로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인물들의 동선에 공을 들였다. 배우 최우식(29)은 “다른 현장과 달리 동선이 되게 많았다. 그 동선을 따라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만, 되게 재밌었던 점이었다. 많이 배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중심을 잡는 인물은 봉 감독의 페르소나 배우 송강호(50)다. 생활고에서도 가족애가 돈독한 전원 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았다. 봉 감독은 “메시와 호날두가 경기에 존재하면, 11명의 선수가 뛰는 거지만 그들의 작은 몸짓, 동작 만으로도 경기의 흐름, 수준을 다르게 만든다. 배우로서 (송)강호 선배님은 그런 존재다.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하는 앙상블 중에서도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한다”고 송강호를 평가했다.

송강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이상한 사람들 혹은 이상한 사고를 하는 그런 가족이 아니다. 가장 평범하고 이 사회에서 가장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 가족이다. 기택이라는 사람도 본인은 열심히 가족을 위해 사는 사람이다. 처해진 상황이 녹록지 않고 힘든 가운데서 사건들을 맞게 된다. 그 속에서도 기택은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사고를 하는 인물이다. 연체동물같은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그 모습이 특이하기보다 주변에 있는 이웃, 나 자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옥자’에 이어 봉 감독과 두번째로 호흡을 맞춘 최우식은 경계선을 허무는 기우 역을 맡았다. 네 번의 대입 실패 후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하며 백수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가족의 희망으로 떠오른다. 최우식은 기우 역을 맡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옥자는 (봉 감독님과) 처음이고, 갖고 있던 부담감도 워낙 커서 현장에서 잘 못 놀았지만, 이번에는 두번째 만남이라 많이 편안했다”고 답했다. “근데 어떻게 (연기를) 해도 감독님이 더 좋게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어, 이렇게 하면 실수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아예 안 할 정도로 여러가지 많이 시도해보고 막 했던것 같다”고 봉 감독을 추어올렸다.

이선균은 글로벌 IT기업의 젊은 CEO 박 사장 역을 맡았다. 회사를 스스로 일군 유능함에다 유명 건축가가 지은 저택,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과 아들 등 기택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가장이다. 이선균은 박 사장 역에 대해 “친절함과 나이스함을 굉장히 지키려고 하는 인물이다. 자기가 만들어 놓은 선을 넘지 않으려면 강박증이 있다. 어떻게 보면 생각이 굉장히 넓지만 어떻게 보면 좁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검은 사제들’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충무로의 신예 박소담(28)은 미대에 떨어지고 학원비도 없어 오빠와 마찬가지로 백수로 지내고 있는 기정 역을 맡았다. 박소담은 “내가 우리 네 가족 중 가장 현실적이고 당돌한 마음을 가진 친구다. 그리고 판단력이 빠른 친구다. 그래서 상대방의 눈을 보고 내 말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힘과 에너지를 가진 친구다. 비록 지금 직업은 없지만 그 누구보다 세상을 당당하게 잘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요약했다.

봉 감독은 배우들 간의 팀워크를 높이 평가했다. “영화의 훌륭함은 배우들로부터 나온다.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았다. 하나의 덩어리처럼 화학작용을 해 모든 배우들이 핵융합을 이뤘다. 화학작용이 워낙 좋아 내가 할게 없었다. 배우들이 부드럽고 유연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배우들이 만나며 자연스럽게 물 흐르 듯이 흐른 과정, 이분들 사이에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날지 관객의 입장으로서 봤다.”칸 국제영화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봉 감독은 “수상 가능성 크지 않다. 대학 시절 영화를 배울 때부터 활동하던 어마어마한 감독님들이 후보로 올라 있다. 하지만 배우들 수상가능성 아주 높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두 가족들의 극과 극의 상황, 부유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족들 모습은 전 세계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는 1분 내에 외국 관객들에게도 파고들 수 있는 영화”라고 자부했다.

송강호는 “봉 감독이 겸손의 말씀으로 본인의 수상 가능성이 낮다고 말씀한거다. 배우들은 n분의 1 분량으로 (활약이) 상당히 낮고, 대신 봉준호 감독이 어마어마한 (역할을 했다) 칸 영화제 수상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이 봉준호 감독의 놀라운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을 포함한 배우들을 낮추고 봉 감독을 치켜세웠다.

‘기생충’은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송강호와 이선균, 조여정(38), 최우식, 박소담 등이 출연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영차’, ‘옥자’ 등에 이어 봉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다. 영화마다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 봉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상생과 공생’이라는 인간다운 관계가 무너져 내리고, 누가 누군가에게 ‘기생’해야만 하는 서글픈 세상에 대한 염려와 고민을 전한다.

가족희비극 ‘기생충’은 5월 말 개봉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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