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실내악 축제로 자리 잡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14회째를 맞은 올해의 콘셉트는 ‘맛’이다. ‘음악과 미식’을 주제로 2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예술의전당과 세종체임버홀, 롯데콘서트홀 등 서울 시내 공연장과 종로구 윤보선 고택 등에서 14개 공연을 펼친다.
미식과 음악이 어떻게 만날까. 강동석 예술감독은 22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곡 한 곡에 의미를 담기보다 매일 공연 전체의 프로그램이 그려내는 그림을 통해 미식과 같은 음악의 즐거움을 찾아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혼자 공연하다 보면 외롭고, 음식으로 위로를 받는 음악가가 많다. 미식은 음악가의 친구”라며 웃음을 지었다.
23일 개막 공연은 스칸디나비아 뷔페 ‘스뫼르고스보르드’가 주제다. 5개 코스로 이뤄지는 바이킹 뷔페의 특징에 맞춰 다섯 개 작품을 연주하고 노르웨이 작곡가 스벤센의 현악5중주로 마무리한다. 24일은 ‘고기요리’를 콘셉트로 브루흐의 현악5중주를 비롯해 메인 코스를 연상시키는 육중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해산물’이 제목인 28일 공연에는 드뷔시의 ‘바다’를 비롯해 바다와 물을 연상시키는 곡들을 모았다. 이런 식으로 14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올해 출연진은 하피스트 이자벨 모레티, 첼리스트 라슬로 페뇌 등 국내외 연주가 60여 명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연주가는 조성진이 2015년 우승한 바르샤바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1980년 동양인 최초로 우승했던 베트남의 당타이선. 당시 그의 우승은 심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심사위원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등 일화도 낳았다. 당타이선은 4월 25일 세종체임버홀 연주에서 프랑크 피아노5중주에, 27일 롯데콘서트홀 콘서트에서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 6중주 편곡판 등에 출연한다.
그는 “30여 년 전부터 한국에서 자주 리사이틀을 가졌지만 뛰어난 연주가들과 화음을 맞추는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음악과 음식은 모두 타이밍의 예술이며 ‘레시피’를 뛰어넘는 직관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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