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한 사람이나 비관적인 사람, 방어적인 사람을 대할 때 지명은 비판하기보다는 동정했다. 그래야 관계가 원만해졌다.”(‘개의 밤’)
“(남편은) 변명이나 해명을 하는 대신 내가 무엇을 알아챘는지 살피려고 주시하고 눈치를 본다.”(‘잔디’)
소설가 편혜영(47)이 신작 소설집 ‘소년이로’(문학과지성사·사진)로 돌아왔다. 다섯 번째 소설집이자 열 번째 책이다. 6년 만에 출간한 책에는 2014∼2018년에 쓴 ‘소년이로’ ‘식물 애호’ ‘개의 밤’ 등 8편이 실렸다. 생의 비극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심리와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그는 “미숙한 어른과 흔한 속물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약자를 외면합니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약자를 갈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약자를 외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후자에 가깝지요. 이들은 자기기만과 속물성 뒤에 숨어서 도덕적 수치를 편하게 여깁니다.”
―등장 인물 가운데 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우리가 나란히’에 나오는 ‘우지’에게 애정을 느낍니다. 친구를 보내줘야 할 때와 다시 찾아야 할 때를 정확히 아는, 그러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인물이어서 마음에 남습니다.”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이 있나요?
“용납할 수 없는 사실을 기를 쓰고 이해해보려 하는 ‘잔디’ 속 ‘나’, ‘개의 밤’에 나오는 소심하고 비겁한 ‘지명’, 적막과 고요를 동경하는 ‘소년이로’의 소진이 저와 조금씩 닮았습니다.”
―장편소설 ‘홀’의 모티브가 된 ‘식물 애호’도 인상 깊었습니다.
“단편을 쓰고 나서도 등장인물에 대한 잔상이 많이 남았습니다. 더 좋은 이야기도 떠올랐고요. 단편을 장편으로 고치는 일이 처음이었는데도, 한순간에 몰입해 써내려갔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미세한 오해와 서운함을 덮고 이어가는 관계가 많습니다.
“바람직한 관계는 힘과 계급에 영향받지 않는 ‘균형’과 ‘존중’(자기존중 포함) 위에 싹튼다고 생각합니다. 봄날의 지열처럼 미지근한 일상을 가감 없이 나누면서 서로 노력할 수 있다면(‘잔디’)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즘 노년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올해는 두어 편의 단편을 좀 더 쓰고, 내년에는 긴 이야기를 만나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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