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찰이 매력적인 이유는 1700년 넘는 전통을 이어온 불교문화유산과 자연 환경, 수행자들의 삶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전국의 주요 사찰 7곳이 등재된 것도 한국만의 살아있는 사찰 문화가 인정받았기 때문. 전통과 현대, 휴식과 체험을 조화롭게 경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는 한국의 사찰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템플스테이는 현재 전국 130여 개 사찰에서 운영할 만큼 인기가 많다. 주요 프로그램은 예불과 참선, 발우공양과 울력 등 사찰 일과를 체험하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 자신을 위한 위로와 명상을 돕도록 꾸려져 있다. 최근에는 문화유적 탐방, 연등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과 정해진 일과 외에 자유롭게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휴식 프로그램, 외국인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까지 개성 넘치는 템플스테이가 가득하다. 12일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주요 사찰의 특색 있는 템플스테이를 소개한다.
△전등사=선사 시대 고인돌부터 단군의 얼이 담긴 마니산, 고려 때 대몽항쟁과 서양 세력과 처음으로 전투를 벌인 병인양요까지. 섬 자체가 우리나라 역사의 축소판인 강화도에 위치한 전등사의 템플스테이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전국 최초로 법당과 갤러리를 합친 무설전,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진행하는 일몰 포행(트레킹) 등 예술과 자연이 합쳐진 매력을 선사한다.
△골굴사=6세기 신라의 불교문화 최전성기에 수도 경주에 세워진 사찰로,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이다. 골굴사는 ‘선무도(禪武道)’의 총본산이다. 스님들의 심신 수련법의 하나로, 신라·고려·조선 승병들의 호국정신의 맥을 이은 전통 무예다. 한국 불교와 전통 무예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면서 1992년부터 자연스럽게 ‘사찰 숙박 체험’이 시작돼 우리나라 템플스테이의 효시로 여겨지는 곳이다. 승가 전통의 불교 수행법인 선무도는 골굴사 템플스테이에서만 체험해 볼 수 있다. △미황사=우리나라 육지 사찰 가운데 최남단에 위치한 미황사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달마산 자락에 위치한다. 1993년 첫 출간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첫머리에 남도 답사 일번지로 미황사를 소개할 만큼 빼어난 자연환경과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미황사 템플스테이는 산중에서 난 제철 재료로 정갈한 음식과 차를 마시며 마음의 진리를 찾는 ‘다도(茶道)’ 프로그램 등이 인기가 많다.
△법주사=속리산의 품에 안긴 법주사는 지난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가운데 한 곳으로 뽑힐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법주사의 품 안에는 1000년의 세월만큼 격조 높은 국보와 보물이 가득한데 팔상전(국보 제55호)과 세계에서 제일 큰 33m 금동미륵대불 등 경이로운 문화재가 눈앞에 펼쳐진다. 스님과의 일대일 인터뷰, 음악과 함께하는 역사 이야기, 트레킹 코스인 ‘녹음(綠陰)을 만끽하다’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백담사=내설악 깊은 오지에 자리 잡고 있어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좀처럼 찾기 힘든 수행처였다. 덕분에 백담사 계곡을 찾아 시원하게 흘러가는 계곡의 맑은 물에 번뇌를 털어내고, 설악산에 걸친 푸른 구름을 벗 삼아 휴식과 비움을 실천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요가형 108배, 먹기 명상, 숲 명상, 돌탑 쌓기, 소금 만다라 등 다양한 명상·체험 프로그램으로 특히 인기가 높다.
△금선사=도심 속에서 템플스테이를 찾는다면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금선사가 안성맞춤이다. 북한산국립공원 비봉 코스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세속의 세계를 벗어난 첫 번째 관문인 삼각산 금선사의 일주문을 만나게 된다.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누리며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평일 휴식 프로그램과 스님들의 일과와 유사한 일정을 따라가며 북한산 공원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솔 냄새를 즐길 수 있는 주말 체험 프로그램 등 직장인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다수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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