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횃불 사이로 오토바이 추격전이 펼쳐진다. 대형 장대에 올라탄 배우들은 거미처럼 성큼성큼 무대를 누빈다. 극 중 수시로 등장하는 금속 재질의 차가움과 횃불의 따뜻함은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한다.
이달 19일까지 열리는 의정부음악극축제의 개막작인 폴란드 극단 ‘비우로 포드루지’의 야외 연극 ‘맥베스’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작품은 셰익스피어 원작 맥베스를 각색해 인간의 야망이 불러온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보여준다.
극단은 지금까지 50여 개 국가에서 야외 버전의 맥베스를 공연했다. 7일 한국을 찾은 파벨 슈코타크 연출가(54)는 “폴란드와 한국은 모두 전쟁의 아픔, 상처를 겪은 공통점이 있어 작품에 공감하기 쉬울 것”이라며 “10년 전 한국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 초연 후 10년이 지났어도 야외 연극은 아직 생소한 장르다. 그는 “사람들이 극장에 오지 않을 때 우리가 관객 앞으로 극장을 가져간다는 게 극단의 취지”라며 “시간, 날씨, 주변 건축물이라는 요소만 고려하면 연극은 어디서든 다 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도시를 비롯해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도 가설무대를 차려 공연했다. ‘연극’이라는 단어도 모른 채 생애 처음으로 극을 접하는 관객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든 교감하게 만드는 힘이 연극에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관객이 자유롭게 관람하는 야외극은 극의 원작자인 셰익스피어 활동 시기와 잘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맥베스 연극이 야외에서 공연될 때면 귀족, 평민, 하층민 등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연극을 봤다. 오늘날 야외 연극은 극장이라는 공간 안팎을 구분하지 않으며 누구든 관객이 될 수 있다. 슈코타크 연출가는 “배우들도 매 순간 달라지는 무대와 관객 앞에서 더 생동감 넘치게 연기한다”고 말했다.
작품에 사용하는 10여 개의 장엄한 오페라 음악과 화려한 볼거리는 인류의 폭력성, 잔인함을 더욱 거칠고 광폭하게 표현한다. 극단과 30년째 함께하는 그는 “‘여행사’라는 뜻의 극단 이름처럼 관객을 상상 속 여행으로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9시, 11일 오후 8시 반. 경기 의정부예총 앞 야외광장(시청 앞 광장).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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