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바윗돌에 덤빈 계란이었다. 대진운이 나빴다면 아주 나빴다고도 할 수 있다. 신하균 이광수 주연의 ‘나의 특별한 형제’(육상효 감독)는 24일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인기가 한창 뜨거울 때인 1일 개봉을 택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돌풍은 어마어마했다. 하루에 100만명씩 관객을 동원했고, 급기야 개봉 11일째 되는 날 1000만을 돌파했다. 우리나라는 ‘마블민국’이라고 불릴 만큼 마블 영화의 인기가 대단하다. 그 때문에 대다수의 한국 영화들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개봉 시기를 조금씩 피해 개봉했다.
지난 4월 개봉한 한국 영화는 3일 개봉한 ‘생일’과 ‘로망’, 4일 개봉한 11일 개봉한 ‘미성년’ ‘막다른 골목의 추억’, 17일 개봉한 ‘다시, 봄’과 18일 개봉한 ‘크게 될 놈’ 등이 있다. 실제 이 영화들은 모두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전 개봉하며 경쟁을 피했다.
다만, ‘나는 특별한 형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한지 불과 일주일만에 개봉하는 용단을 내렸다. 경쟁은 쉽지 않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개봉 2주차까지 2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매일 많은 관객을 모았고 ‘나의 특별한 형제’는 그 반도 되지 않는 7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역시 매일 반도 되지 않는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면서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 여전히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그대로지만, 좌석판매율에서 ‘나의 특별한 형제’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제치며 의외의 저력을 보여줬다.
좌석판매율은 한 영화에 배정된 좌석수 대비 입장권 판매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 좌석판매율이 높다는 것은 극장이 한 영화에 배정한 좌석을 많은 관객이 채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휴무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았던 지난 6일의 경우, ‘나의 특별한 형제’는 46.5%의 좌석판매율을 기록, 37.8%를 기록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뛰어넘었다. 박스오피스 5위권 내 있는 영화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이달초 유일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한국 영화 대항마로 사랑을 받았다. 비록 어마어마한 자본이 들어간 할리우드 스타 주연의 슈퍼히어로 영화에 비교하기는 힘들었지만, 2주차 100만 관객을 넘기며 작지만 의미있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40만명이다. 이를 넘기려면 약 32만명 이상의 관객을 더 동원하면 되는 상황. 다음주 내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경쟁작과의 경쟁에서도 제몫을 다한 영화가 이룬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를 갖고 있는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룬 휴먼 드라마 장르 영화로 관객들로부터 두루 좋은 평을 받았다. 장애인의 장애를 특별하게 여기는, 차별적 시선으로 보지 않는 내용과 가슴 따뜻한 코미디에 대한 호평이 많다. 좋은 영화의 의미있는 선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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