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케이팝? 무슨 시리얼 이름인가? BST(방탄소년단·BTS의 잘못)? 무슨 말인가.”
새까만 선글라스로 눈을 가렸지만 테이블 맞은편의 사람이 노엘 갤러거(52)임을 확신했다. 음악만큼이나 거침없는 입담으로 이름난 노엘 갤러거.
서울 강남구에서 20일 만난 갤러거는 블랙커피에 설탕 한 봉지를 다 털어 넣고 마구 휘저었다. 자기 신곡 ‘Black Star Dancing’에 대해 “너무 훌륭해 기절하는 줄 알았다”며 입을 뗐다.
갤러거는 영국 밴드 ‘오아시스’(2009년 해체)의 리더였다. 1990년대의 비틀스로 불린 희대의 팀. 히트곡 ‘Wonderwall’과 ‘Don‘t Look Back in Anger’는 영국 국가보다 유명해졌다. 형제가 입심이 세다. 밴드 보컬인 동생 리엄과 20년간 벌인 설전은 ‘갤러거 어록’이 됐다.
갤러거는 최근 영국 프로축구 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뒤 선수 대기실을 찾아 ‘Wonderwall’을 제창한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맨체스터 출신인 그는 이 얘기를 꺼내자 세리머니 하듯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기 뒤 감독이 대기실로 오라고 문자메시지를 줬다. 아홉 살, 열한 살의 아들들에게 못 잊을 추억을 만들어줘 기쁘다.”
영국 축구만큼 한국 팬의 음악 열정도 뜨겁다는 게 그의 인상이다.
“공연장에서 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관객은 처음이다. 거의 미친 사람들이다.”
그는 오아시스 해체 뒤 결성한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와 19, 20일 내한공연을 했다.
“요즘 음악 차트에 있는 노래들은 다 거기서 거기다. 내가 열여덟 살 때 지은 30년 전 노래를 지금의 열여덟 살짜리들이 울며 따라 부르는 걸 보면 뭉클해진다. 디지털 시대에 음악의 가치는 저평가되지만 고전의 빛은 바래지 않는다. 영혼을 담은 노래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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