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25일(현지 시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서영은 엄마가 뉴스에 놀라는 모습에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영: 한국 영화가 외국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 보니, 세계에서도 주목하고 가치를 인정하는군요.
엄마: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화에서 수학을 재미있게 다룬 작품도 많단다.
서영: 몇 해 전 개봉했던 ‘히든 피겨스’, ‘이미테이션 게임’과 같은 수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말고도 수학을 다룬 영화가 있다고요?
엄마: 이 기회에 재미난 수학 요소를 가진 영화를 몇 편 찾아서 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 생사를 가르는 수학 문제
영화 ‘다이하드3’(1995년)에서 악당은 주인공에게 물통과 관련한 문제를 내고 이를 해결 못 하면 폭탄의 타이머를 멈추지 않겠다고 경고합니다.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분수대에 물통이 2개 있다. 5L와 3L 물통을 이용해 한 물통에 정확히 4L의 물을 담아서 저울에 올려놓으면 타이머가 멈춘다.”(그림 1)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 두 물병의 물의 양을 순서대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해결됩니다.
(5, 0)→(2, 3)→(2, 0)→(0, 2)→(5, 2)→(4, 3)→(4, 0)
여기 흥미로운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평행사변형 당구대가 그것입니다. 당구대는 ‘그림 2’처럼 물통의 양과 같이 5칸×3칸으로 구성하되 정삼각형으로 이루어진 모눈을 사용합니다. 또 좌표를 도입해 왼쪽 아래 모퉁이가 (0,0), 오른쪽 위의 모퉁이가 (5,3)이 되도록 가장자리에 그림과 같이 좌표를 표시합니다. 이제 (5,0)에서 출발해 모눈을 따라 당구대 가장자리를 향해 쳐 보낸다고 할 때 당구대 가장자리에서 연이어 튕김에 따라 그때 점들의 좌표를 기록하면 앞서 구한 방법과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각의 좌표는 각 통에 물을 채우거나 비우는 것 또는 옮기는 행위에 해당됩니다.
(4, 0)에서 모눈을 따라 계속 공을 튕겨 (0, 3)으로 끝내면 역으로 3L 물병을 가득 채워 시작하는 다음의 방법으로 4L를 얻을 수 있습니다.(그림 3)
가장자리의 좌표에 주목해 두 물통으로 0∼8L까지 채우기는 매우 쉽게 계획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양의 물통을 가지고도 칸을 조정한 모눈을 활용해 필요한 양을 구하는 경우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 안전한 방의 비밀은 소수
영화 ‘큐브’(1997년)는 사람들이 큐브라는 밀실에서 깨어나면서 탈출구를 찾는 영화입니다. 각 정육면체 방에는 특별한 숫자 라벨이 암호화돼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6개의 정사각형 문이 있으며, 문을 통해 연결된 방 중 하나만이 안전하게 출구로 연결돼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탈출을 시도하려다 일행 한 명을 잃고 나서야 한 방과 그 옆방에서 다음과 같은 숫자 라벨을 발견합니다. 다음 중 안전한 방은 어느 방일까요?
주인공은 이 숫자를 열심히 보다 소수가 첫 번째 열쇠임을 알아냅니다. 즉 이 수 가운데 소수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 방에는 덫이 있고, 하나도 없으면 안전하다는 것인데요. ‘소수’는 1보다 큰 자연수 가운데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가지는 수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2, 3, 5, 7, 11, 13, 17, 19, 23, 29, 31과 같은 수입니다. 세 자리 자연수가 소수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낼까요?
세 자리 자연수 중 가장 큰 수는 999로 32×32=1024보다는 작고 31×32=992보다는 큰 수입니다. 따라서 세 자리 자연수가 소수인지는 31까지의 위의 소수 중 해당 수가 나누어떨어지는지를 빨리 확인해 봄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나눠지는 수가 없으면 소수인 것이지요. 두 방 중 하나를 골랐나요? 연습으로 137은 소수일까요? 645는 5의 배수, 372는 2의 배수, 649는 11의 배수입니다. 즉 어느 하나도 소수가 아니니까 안전한 방입니다.
○ 논리적 관계로 해 찾기
영화 ‘페르마의 밀실’(2007년)은 수학자들이 미지의 인물의 파티에 초대받아 수학 문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받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곧 함정임이 드러나고 7개의 퍼즐을 제시해 지정된 시간 안에 퍼즐을 풀지 못하면 방이 줄어들게 됩니다. 퍼즐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 학생이 교수에게 묻는다. “자제분 셋의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교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곱하면 36이 되고, 더하면 우리 집 번지수와 같습니다.”
“선생님 번지수는 알고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모르겠는데요.” 교수는 이렇게 또 대답한다. “그렇겠군요. 큰애는 위층에 삽니다.”
세 자녀의 나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세 자녀의 나이를 곱한 값이 36이라 했으니 가능한 해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학생이 번지수는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했으므로 합이 동일한 세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1, 6, 6)과 (2, 2, 9)는 둘 다 합이 13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말에서 큰아이는 한 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세 자녀의 나이는 (2, 2, 9)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 숨겨둔 수학적 요소를 찾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가 수학 요소들을 음악이나 영화 등 대중문화에 녹여 창의성과 재미 그리고 감동으로 영예로운 상을 받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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