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간 문중에서 간직해 온 가보(家寶)를 시민들을 위해 기증, 기탁한 유물만을 모은 뜻깊은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개인 소장자나 문중이 박물관에 전달한 조선시대 초상화와 왕명 문서 7점을 한자리에서 공개하는 ‘기증·기탁 특별전―조선의 공신’을 28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증은 박물관에 유물 소유권을 넘기는 행위이고, 기탁은 유물을 일정 기간 맡기는 것을 뜻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유물 가운데 보물 제1190호 ‘오자치 초상’은 나주 오씨 대종회가 고궁박물관에 2017년 기증했다. 크기는 가로세로 102×160cm로 비단 바탕에 그린 채색화다. 1476년 무관 오자치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가슴에 호랑이 무늬를 수놓은 흉배(胸背·가슴과 등에 장식한 표장)가 있어 오자치가 무관 1품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밖에 6점의 문화재는 모두 기탁 유물이다. 장흥 마씨 중앙종회가 소유한 보물 제1469호 ‘마천목 좌명공신 녹권’, 이건우 씨가 기탁한 보물 제1490호 ‘이성윤 초상’과 보물 제1508호 ‘이성윤 위성공신 교서’ ‘이성윤 위성공신 교지’, 진위 이씨 이기철 씨가 맡긴 보물 제1657호 ‘이형 좌명원종공신 녹권’을 공개한다. 녹권(錄券)은 왕명을 받아 공신에게 발급한 문서이고, 교서(敎書)는 국왕이 내린 명령서를 뜻한다. 교지(敎旨)는 왕이 신하에게 관직 등을 내릴 때 주는 문서다.
2000년경 도난당한 뒤 지난해 회수한 문화재로 전주 이씨 익안대군파 종회가 보유한 충남문화재자료 제329호 ‘익안대군 영정’도 전시에 나온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공신에 책록된 조상의 명예로운 유품을 잘 간직해 박물관에 기증하고 기탁한 후손이야말로 또 다른 공신이라 할 수 있다”며 “전시를 계기로 유물 기증과 기탁이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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