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날개를 단, 그러나 악마의 뿔 역시 달고 있는 화려한 의상의 남자가 고백한다. 자신을 무력하게 하는 이 세상 모든 악한 것들로부터 간신히 도망쳐 이 재활원으로 왔노라고. 남자는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화려한 의상을 하나씩 벗어던지고 외롭고 초라한 실제 모습을 털어놓는다.
영화 ‘로켓맨’은 영국 팝스타 엘턴 존이 지닌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상처에서 시작한다. 뮤지컬 영화답게 영화의 주인공은 단연 엘턴 존의 보석 같은 노래들이다. 앨범이 발매된 순서대로가 아니라 스토리 라인에 어울리는 음악을 사용해 등장인물의 감정을 더욱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다.
엘턴 존을 연기한 ‘킹스맨’의 배우 태런 에저턴은 헤어라인과 눈썹 모양까지 판박이로 변신했다. 직접 노래를 소화하기 위해 5개월간 피아노와 보컬 레슨까지 받았다. 그러나 에저턴의 연기력이 가장 빛을 발한 순간은 화려한 쇼맨십보다는 안경 너머 외로움으로 철저히 망가진 얼굴을 드러낼 때다.
위대한 아티스트의 삶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와 필연적으로 비교될 만하다. 영국 아티스트로 평생 자신을 외롭게 했던 성적 지향과 화려한 패션, 음악이라는 길을 두고 가족과 갈등을 겪은 점 등은 꽤나 닮았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는 전설처럼 떠났고 엘턴 존은 인생의 밑바닥을 극복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곡으로 사람들을 위로한다.
영화 ‘로켓맨’은 그의 수많은 명곡 가운데 1972년 발표한 ‘로켓맨’을 제목으로 했다. 사랑하는 이들의 곁을 떠나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비행사의 외로움과 고립감, 두려움을 노래한 곡이다. 덱스터 플레처 감독은 ‘로켓맨’을 선택한 데 대해 “로켓맨이 저 멀리 우주로 떠나는 외로운 사람이면서도 그 외로움을 넘어 마침내 지구에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환상과 희망을 주는 마법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영화의 대부분이 엘턴 존이 외로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에 주목하지만 마침내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는 마법 같은 순간은 찰나에 그쳐 아쉽다. 6월 5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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