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21세기 비틀스? 웸블리에서 제1의 BTS 증명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일 09시 23분


6만명 난리···놀이공원 같은 지구촌 축제
아미는 제8의 멤버
연대와 삶의 찬가
네이버 생중계·일본서는 극장 300여곳 딜레잉 뷰잉

축제의 피날레였다. 영국 런던 언더그라운드 웸블리파크 역에서 웸블리 스타디움까지 쭉 뻗은 600m 길이의 직선대로에서부터 시작한 공연이었다.

1일(현지시간) 오전부터 대로를 가득 메운 아미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노래를 목 놓아 부르거나, 스마트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커버댄스를 추며 축제를 맞을 채비를 했다.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웨덴, 독일 등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등지에서 날아온 아미들의 만국 공용어 같은,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노래가 울려 퍼졌다. 공연장에 들어선 뒤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기다리는 내내도 마찬가지였다. ‘봄날’ ‘불타오르네’가 아미의 육성으로 불렸다.

그리고 마침내 이날 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의 스타디움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는 지구촌 축제를 방불케 했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1923년 대영제국 박람회장으로 세워졌다. 현 웸블리는 2007년 다시 지은 것이다. 옛 웸블리에서는 1948년 런던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렸다. 새 웸블리에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결승전이 펼쳐졌다.

영국 밴드 ‘퀸’을 조명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인 1985년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도 이곳에서 펼쳐졌다. 비틀스,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 비욘세, 에미넘, 에드 시런 등 팝스타들이 이곳에서 공연했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한국가수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이날과 2일, 양일간 2회 공연 12만 좌석의 티켓은 판매 동시에 매진이 됐다.

감히 런던에 디오니소스가 재림했다. 디오니소스는 포도나무와 포도주의 신이며 풍요의 신이자 황홀경의 신, 그리고 방탄소년단 새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 수록곡.

고대 그리스 신전을 재현한 대형 세트에서 ‘디오니소스’로 시작된 이날 콘서트는 술이 없어도 흥에 충분히 취한 아미와 이에 힘 입은 방탄소년단이 빚어낸 황홀경이었다.

멤버들이 두 번째 곡 ‘낫 투데이’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유럽 아미들에게 각자 영어로 인사를 하는 동안, 아미들은 공연장이 들썩거릴 정도로 환호했다.

이날 공연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V라이브를 통해 세계에 생중계됐다. RM(25)은 이 영상을 보고 있는 한국 아미들을 상대로 “한국에서도 잘 보고 계시죠”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시간으로는 2일 새벽 3시30분이었는데 소셜 미디어에는 방탄소년단 웸블리 콘서트를 보고 있다는 인증 글들로 뒤덮였다.

방탄소년단 역대 투어 중 가장 흥겹게 빚어진 거대한 놀이공원 같은 무대였다. RM, 슈가(26), 진(27), 제이홉(25), 지민(24), 뷔(24), 정국(22) 등 일곱 멤버는 무대를 날아다녔다.

특히 정국은 솔로 무대 ‘유포리아’에서 와이어를 붙잡고 공연장을 말 그대로 날았다. 멤버들이 함께 부른 ‘베스트 오브 미’에서는 금색 긴 종이들이 휘날렸다.

RM의 솔로곡 ‘트리비아 승 : 러브’가 끝난 뒤 대형 스크린에는 ‘LONDON, 사랑해’라는 글귀가 등장했다. 이후 멤버들이 하나둘씩 무대 위로 합류한 뒤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불렀다. 이 사랑스러운 노래에 아미들은 한껏 더 설렜고 하트 모양의 빨간 색종이들이 공연장을 뒤덮었다.

강렬한 록 풍으로 편곡된 ‘쩔어’ ‘뱁새’ ‘불타오르네’에 이어 ‘아이돌’로 이어지는 순서는 역동적인 공연이 무엇인지 증명했다.

흥과 교감이 만들어낸 축제였다. 아미는 단순히 관객이 아니라, 제8의 멤버였다. 다국적 객석에서 한 목소리로 쏟아져 나오는 한국어 합창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위한 코러스이자 반주였다. 아니, 더 나아가 듀엣처럼 들렸다.

전주에 멤버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응원법으로 시작하는 ‘마이크 드롭’ 무대 역시 뜨거웠다. 본 무대의 마지막 곡으로, 그간 무럭무럭 성장한 멤버들의 카리스마가 극에 달한 무대였다.

앙코르 전, 아미들은 파도타기를 했다. 이들에게는 기다림도 하나의 놀이였다. 이 기세를 이어 받아 ‘앙팡맨’으로 시작된 방탄소년단의 앙코르는 또 하나의 축제였다. 좀 더 캐주얼한 차림새를 하고 나온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자유롭게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자, 수많은 별들이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내려앉았다. 아미의 마음을 반영하는 아미밤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미 타임’으로 명명된 시간이 찾아왔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감미로운 멜로디의 ‘메이크 잇 라이트’를 불렀다. “끝도 보이지 않던 영원의 밤 / 내게 아침을 선물한 건 너야 / 이제 그 손 내가 잡아도 될까” 아미와 방탄소년단의 연대에 빛은 더 찬란해졌다.

RM이 “힘들 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봐”라고 우리말로 말했고, 영어로 이를 다시 반복했다. 그리고 멤버들과 아미 전체가 단체 사진을 함께 찍었다. 멤버들은 ‘김치!’라며 미소 지었다.

슈가는 우리말로 “드디어 웸블리에요. 사실 TV로만 봤어요. 런던은 항상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시네요”라고 말했다. “오늘을 절대 잊지 말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웸블리 생큐 소 머치, 아이 러브 유!” 진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언급하며, 영국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에오!’ 퍼포먼스를 흉내 내기도 했다. 지민은 이를 받아 “아미~!”를 길게 외쳤다.

RM은 “콜드플레이, 비틀스 폴 매카트니 등 위대한 뮤지션들이 공연한 웸블리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오늘 아미와 우리는 세계의 모든 것이다. 앞으로 계속 살아가라고 당신들이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미밤 대신 스마트폰 불빛을 머리 위로 들라고 주문했다.

이날 공연 전체는, 마치 삶의 찬가처럼 들렸다. 마지막곡은 빛들이 더 가득한 공연장에서 울려퍼진 ‘소우주’. 방탄소년단과 6만 아미들은 “우린 우리대로 빛나 / 우리 그 자체로 빛나”라고 합창했다.

2시간30여분의 콘서트가 끝났지만, 삶은 다시 시작이었다.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인생은 다시 플레이버튼이 눌려질 테니까. 일상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들이 모여, 큰 기쁨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 공연이다.

이번 앨범 제명처럼 ‘맵 오브 더 솔’, 즉 각자 ‘영혼의 지도’가 그려졌고 이 궤적들이 만나 씨줄과 날줄이 돼 우리가 발을 디딘 세상의 자전축을 움직였다. 그렇게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아미는 다른 세계에 도달했다. 이처럼 K팝, 아니 대중음악계의 역사는 다시 써지고 있다. ‘21세기 비틀스’는 비틀스의 고향이자 팝의 중심인 영국에서 ‘21세기 BTS’, 즉 ‘제1의 BTS’가 됐다.

이날 공연은 이튿날 일본에서 300여개 극장에서 녹화분을 상영하는 ‘딜레이 뷰잉’으로도 현지 팬들과 만난다. 이 역시 추첨 경쟁이 치열했다는 전언이다.

취재 경쟁도 치열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와 공연을 취재한 기자들 숫자를 합하면, 한국 30개 매체 40명, 글로벌 매체 35개 55명 등 총 95명이 참석했다. BBC, 데일리 텔레그래프, NME, SKY 뉴스, 브리티시 GQ 등의 글로벌 매체가 눈에 띄었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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