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강인함 교차… 獨이주 한인 간호여성의 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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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8일까지 김옥선 사진전

재독 한인 간호 여성을 사진 속에 담은 김옥선의 2018년 작품 ‘BNP_8709CZ’. 에르메스재단 제공
재독 한인 간호 여성을 사진 속에 담은 김옥선의 2018년 작품 ‘BNP_8709CZ’. 에르메스재단 제공
한국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한국과는 다른 집 안 풍경. 그 한가운데 중년 여성이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 이질적 풍경 속, 화면 아래에서 조금씩 떠있는 발이 왠지 모를 불안감마저 자아낸다. 마치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온전한 나의 땅이 아니라는 것처럼….

사진작가 김옥선(52)의 신작 ‘베를린 초상’은 재독 한인 간호 여성을 조명한다. 제주에 거주하는 이방인이나 국제결혼 부부, 다문화가정, 난민 등을 담아 온 그간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이번에 공개하는 25점 사진 연작도 눈앞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사진 기법에 바탕을 뒀다.

전시장에 줄지어 나란히 걸린 사진을 보면 이들이 이질적 환경에서도 저마다 고유의 뚜렷한 개성을 일구며 살아왔음이 드러난다. 불안한 토대일지언정 묵묵하게 자신의 환경을 지켜온 강인함이 표정에 묻어난다. 모두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자신의 삶을 지켜온 주인공들이다.

한인 간호 여성의 독일 집단 이주는 독일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이수길 박사의 중개로 1966년 1월 시작했다. 간호 인력이 부족한 독일, 해외 경험과 돈벌이를 희망한 한국 여성, 외화가 필요했던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1976년 독일 정부 정책이 변경될 때까지 1만여 명이 이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주가 중단되고 현지 잔류, 제3국 이주, 귀국 중 선택을 해야 했다. 이 중 현지 잔류를 선택한 대부분의 간호 여성들은 독일 경제가 악화되면서 시행된 강제 귀국 조치 등의 대책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연대를 통해 자리를 지켜왔다. 그 역사의 숨소리가 작품을 통해 뚜렷하게 전해진다.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 7월 2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사진작가 김옥선#베를린 초상#재독 한인 간호 여성#아뜰리에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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