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로맨스 드라마, 요즘 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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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각축 드라마 7편, 10% 안되는 시청률로 저공비행
해묵은 클리셰… 신선함 떨어져
전문가 “서사의 힘으로 승부봐야”

수목 드라마 KBS ‘단, 하나의 사랑’. KBS제공
수목 드라마 KBS ‘단, 하나의 사랑’. KBS제공
봄과 여름 사이, 로맨스 드라마가 TV를 메우고 있다. SBS ‘열혈사제’, KBS ‘국민 여러분!’ 등 범죄, 코미디 장르에서 최근 로맨스로 분위기가 확실히 전환된 모양새다. 7편의 멜로물이 몇 주 간격으로 편성돼 평일 저녁은 ‘로맨스 드라마’ 대전이 됐다. 그중 판타지물은 5편. 물론 SBS ‘별에서 온 그대’(2013년), tvN ‘도깨비’(2016년) 같은 기발한 상상력과 신선함으로 시청률 20∼30%를 오가던 과거의 아우라는 사라졌다. “10%만 넘겨도 대박”이라는 척박한 드라마 시장을 고려하더라도 2∼3% 시청률로 김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일단 소재 면에서는 새로움을 찾기 위한 노고가 엿보인다. 향수를 뿌리면 젊었던 ‘리즈 시절’로 돌아가고(KBS ‘퍼퓸’) 천사가 등장하거나(KBS ‘단, 하나의 사랑’) 안면실인증에 걸린 기업 본부장과 비서와의 사랑(SBS ‘초면에 사랑합니다’)을 다룬다. 죽은 이를 되살리는 ‘영혼 소생 구슬’이나(tvN ‘어비스’) 연인용 피규어까지 등장했다(SBS ‘절대그이’).

어중간한 코미디 요소를 덜고 발레 공연으로 볼거리를 준 ‘단, 하나의 사랑’이 그나마 시청률이 9%대로 가장 높다. 안구 기증으로 시력을 되찾은 냉소적인 발레리나 연서(신혜선)와 사고뭉치 천사 단(김명수)의 조합이 신선하다는 평이다. 6%대 시청률로 출발한 ‘퍼퓸’은 향수 기운이 떨어지면서 예린(고원희)의 옷이 찢어지고 살이 삐져나오는 과정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판타지 배경과 소재를 벗겨내면 신데렐라, 키다리 아저씨 등 해묵은 서사에 의존해 갈수록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오랜 시간 기다린 피규어 제로나인(여진구)에게 “그쪽 바보예요? 기다리다가 몇 시간씩 안 오면 그냥 돌아가야지”라는 다다(방민아)의 대사는 지고지순한 기다림을 표현하는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를 답습한다. 안면실인증 소재를 빼면 ‘초면에…’는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구도를 빼다 박았다.

MBC ‘봄밤’. MBC제공
MBC ‘봄밤’. MBC제공
반면 시청률 6%대 MBC ‘봄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결혼할 상대가 있는 정인(한지민)과 싱글 대디 지호(정해인)의 만남을 잔잔하게 그린다. 안판석 PD와 정해인의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비슷한 감성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MBC ‘이몽’, SBS ‘녹두꽃’, tvN ‘아스달 연대기’ 같은 대작 드라마에 많은 비용을 투입한 방송사들이 가성비가 높은 멜로물을 선택한 건 예견된 일”이라며 “자극적인 요소보다 서사의 힘으로 승부를 봐야 시청자에게 외면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로맨스 드라마#시청률 저공비행#해묵은 클리셰#서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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