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마음만큼은 현역군인”…‘군가합창단’ 중년남성들의 정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9일 16시 27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현역군인, 프로 성악가 못지않은 청춘들입니다.”

지난 주 서울 강남구의 한 합창연습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 60여 명 앞에서 선 지휘자 이판준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71)는 열정적인 몸짓으로 지휘봉을 휘둘렀다. 프로 합창단에 비해 가창력은 다소 서툴렀다. 그러나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빨간 마후~라!”라고 부르는 군가 합창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이판준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이판준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4회 정기연주회를 앞둔 ‘대한민국 군가합창단’은 기업, 학계, 언론, 법조계 등 사회 각계에서 리더 역할을 했던 ‘베테랑’으로 구성된 군가 합창모임이다. 홍두승 서울대 명예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으며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정승조 전 합참의장, 김요환 전 육군참모총장, 박병일 한국갤럽 전무, 이용준 전 이탈리아 대사, 선상신 불교방송 사장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올해 공연에는 특별히 ‘전선을 간다’ 등 한국의 군가 외에도 ‘평화의 미사’ ‘라이언 일병 구하기’ ‘늙은 군인의 노래’ ‘애국 군인의 노래’ 등 외국의 군가, 찬가 등 다채로운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학군장교 10기 출신인 이 교수는 “2015년 어느 날 식사 자리에서 ‘군가 부르는 모임 한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제의로 이 모임이 발족됐다”고 말했다. 합창단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학군사관장교(ROTC), 국방부, 육군포병학교 또는 일반 사병으로 복무하며 군가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누구든 충분했다. 그는 “처음엔 합창을 어려워하던 회원들이 이제는 군부대 위문공연과 정기연주회까지 이어갈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했다.

합창단의 수준은 몇 년 사이 크게 발전했다. 이 교수는 “전문 음악인이 아닌 단원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일념을 갖고 노력했기에 합창단 수준이 높아졌다”며 “이제 들어줄 만한 정도는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몇몇 단원은 주1회 연습은 물론 인터넷 보강, 자습도 병행했다고 한다. 그는 “홍두승 단장과 김태영 전 국방장관의 솔선수범으로 매년 화음이 풍요로워지고 있다”고 했다.

합창단은 이제 더 넓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10월 6·25전쟁 참전국인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공연에 나선다. 그는 “6·25 전쟁이 잊혀가지만 참전국 각지에서는 아직 생존 노병과 참전용사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린다”며 “더 늦기 전에 고마운 친구나라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나라사랑, 국민화합이라는 가치를 일깨우며 단원들은 끝없이, 뜨겁게 노래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석초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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