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두문불출 글 쓴다, 서울국제도서전 끝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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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19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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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3부작 마지막 작품

“요즘 가장 뜨거운 매체가 유튜브라고 한다. 이 매체가 어디까지 깊게 들어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책을 쓰는 사람이고 평생을 책 속에서 살아왔다. 목차를 보고 당장 필요한 부분은 페이지를 찾아서 볼 수 있다. 도서관에 간다면 수십권의 책을 쌓아서 내가 필요한 책을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종이책이 오히려 더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한강(49)이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 작가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 사람들이 배고파있다고 생각한다”며 종이책과 문학의 가치를 강조했다. “모니터 속에 존재하는 이미지의 총합이 아니라 일정한 감촉이 있는 매체를 우리가 그리워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행위가 많다. 밑줄을 긋고 뒤집어서 두기도 한다. 가방에서 꺼내기도 하고 집에 꽂아놓고 20~30번씩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그런 매체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패션의 완성이 책’이라는 말이 있더라. 요즘 연예인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책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또 “증강현실(AR)의 시대가 된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아무리 우리가 증강현실을 경험한다고 해도 정말로 누군가의 내면, 생각과 감정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사람의 영혼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데, 문학작품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의 내면에 끝까지 들어가볼 수 있는 매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한 작가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다. 도서전의 주제는 ‘출현’이다. 도서전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책의 미래,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게 될 책 너머의 세계를 조망하겠다는 의미다. “사라지고 있다는 종이책과 문학이 우리에게 새롭게 출현해올 것이다. 세대가 바뀌어도 모든 사람이 공유했던 주제들이 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 사랑, 슬픔, 그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주제다. 그래서 문학은 영원히 새롭게 출현할 수 밖에 없다. 종이책도 마찬가지로 계속 출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책에 대한 책을 쓸 생각이다. “나를 만들어줬고, 살게 해줬던 책들의 기억을 갖고 책 한 권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책을 읽지 못할 때에도 가방에 책을 한 권 이상 갖고 다녔다. 그것 자체가 나에게 안도감을 준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내게 필요한 것은 연필이다. 다시 펼쳤을 때 다시 읽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긋기도 하고, 메모를 쓰기도 했다. 그런 순간이 우리를 구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때 책과 우리는 온전히 만난다. 마음만 만나는 게 아니라 정말 만남이 이뤄진다. 그런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다. 어디를 가더라도 책을 파는 장소, 책을 보는 도서관·서점에 가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다 여기 있는 것이다. 직육면체 커버로 닫혀진 세계 속에 어떤 인간이 있는 것이다. 그게 언제나 특별한 것 같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 숲에서 열린 ‘미래의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작품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로 내용은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 한 작가의 소설은 약 100년 뒤에 공개된다. ‘미래 도서관’은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이 이끄는 프로젝트다. 2014년부터 매년 1명씩 총 100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이들의 작품을 오슬로 외곽 숲 100년된 나무 1000그루를 이용해 2114년부터 출판한다.

“사실 100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죽을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아득해진다. 노르웨이에 도착했을 때 심은지 오래된 나무들, 종이책으로 만들어질 그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좀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95년 뒤에 작가 100명을 위해 베어져야 한다. ‘100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런 시간 단위로 일하고 계획을 세운다’는 숲관리인의 말이 가장 인상깊었다. 뭔가 오랜 시간이 있는 숲이었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미래를 생각해야만 되는데 내가 그렇게 낙관적인 사람은 아니다. 100년 뒤에 어떤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이 나를 매혹시켰다.”
‘미래의 도서관’을 기도로 생각했다. “모든 것이 확실할 때는 우리는 기도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을 때 기도한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100년 뒤를 기약하고, 지금 운영하는 사람들도 죽어서 사라진다. 새로 태어난 사람이 원고를 옮길 것이다. 어쩌면 덧없다고도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눈’ 연작소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집필 중이다. “국제도서전이 끝나면 두문불출하고 글을 쓰려고 한다. 눈 마지막 3부는 ‘소년이 온다’와 관련이 있다. 그 소설이 어떻게 나를 변화시켰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자꾸 ‘소년이 온다’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여름 안에 완간하려고 한다.”

“책 속에서 계속 만나요”라며 약 200명의 참석자에게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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