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전 한강 작가와의 대화
펼치고 접고…종이책 물성 매력적, 문학과 함께 영원히 ‘출현’할 것
“요즘 가장 뜨거운 매체는 유튜브라고들 하지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유튜브 다음은 종이책이 아닐까 합니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전시관. 청중 100여 명 앞에 선 한강 작가(49)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는 이날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해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종이책과 문학, 작가로서의 삶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지희 평론가가 작가와 나란히 앉아 질문자 역할을 했다.
한 작가는 종이책과 문학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튜브가 편리하지만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여러 권 쌓아둔 채 반복해서 읽고 필요한 부분만 뽑아낼 수 있는 종이책이 더 편리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펼치고, 귀퉁이를 접고, 밑줄을 긋고…. 종이책이 주는 특별한 물성이 있는데, 우리가 이런 부분을 점차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패션의 완성은 책’이라는 표현도 있던데, 나중에는 책을 사랑하는 취향으로 특별한 연대의식이 형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가 주목한 또 다른 책의 매력은 소통이다. 오감만을 선사하는 증강현실과 달리, 책을 읽으면 인간의 내면을 끝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것. 그는 “문학은 삶, 고통, 사람, 슬픔을 오래전부터 다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학이 영원히 새로운 것을 다루는 한 책은 계속해서 ‘새롭게 출현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뒤 그는 문단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강연 말미에 한 작가는 집필 활동, 독서 취향, 작가로서의 어려움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소년이 온다’와 ‘흰’에 이은 눈 연작 3부작의 마지막 편을 쓰고 있다”며 “눈 속에는 신기하게도 따뜻함과 소멸함이 공존한다. 그래서 시간을 생각하게 되고, 그런 사유가 작품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소설은 아주 좁은 글이에요.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진실을 잃고 상투성에 빠지죠. 아주 좁지만 분명 길이 있을 거라 믿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약해진다 싶으면 책을 읽습니다. 허기를 채울 정도로 몰아서 읽고 나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서울국제도서전은 20일 배우 정우성, 22일 철학자 김형석이 각각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과 ‘백년을 살아보니’를 주제로 강연한다. 도서전 입장료는 성인 6000원, 학생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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