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카디프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다. 웨일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수도인 카디프는 영국에서는 11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는 약 34만 명. 런던에서 기차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번잡한 런던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영국에 속해 있으면서도 영국이 아닌 것 같은 매력을 품고 있다.
일단 언어가 독특하다. 카디프 어디를 가더라도 영어와 함께 웨일스어를 만날 수 있다. 카디프가 영국인지 유럽의 한 도시인지 아리송해진다. 일상 대화에서 많이 사용하진 않지만 어디선가 낯선 언어가 들린다면 틀림없이 웨일스어다.
영국 어디서든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볼 수 있다. 카디프에서는 그 대신 붉은 용이 그려진 깃발을 만날 수 있다. 웨일스의 상징이다. 마법사 멀린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붉은 용과 하얀 용의 싸움에서 유래한다. 웨일스와 앵글로색슨족 간의 전쟁을 의미하며 결국 켈트족의 수호신인 붉은 용이 이겼다. 붉은 용이 들어간 다양한 상품들과 간판들이 확실히 우리는 런던, 그리고 영국과는 다르다고 말하는 것 같다.
카디프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카디프 성(城)이다. 겉모습은 독일이나 프랑스, 그리고 다른 영국 성과 달리 정말 투박하고 수수하다. 겉모습에 속지 말자.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성이다. 1세기에 로마인들에 의해 지어진 뒤 5세기까지 로마인들의 요새로 사용됐다. 11세기 노르만인들이 로마인이 지어놓은 토대 위에 성곽과 시설을 더했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넓게 펼쳐진 잔디밭 너머로 자그마한 언덕 위에 있는 노먼 요새가 이때 세워졌다. 이후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고, 허물어지고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했다. 19세기 뷰트 가문에 의해 대대적인 복원이 이뤄지고 대저택이 새로 세워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다양한 색상과 모양이 다른 벽돌로 지어진 성벽만 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노먼 요새에 올라가면 생각보다 자그마한 규모에 실망할 수 있다. 내부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다만 정상에서 카디프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카디프 성 안의 대저택 내부는 카디프 성의 백미다. 꼭 봐야 한다. 내부는 하우스투어를 신청해야만 볼 수 있다. 투어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영어를 몰라도 아름다운 내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800만 파운드(약 120억 원) 가치를 지닌 금박으로 장식된 아랍 룸과 신데렐라, 알라딘 등 동화 속 인물들과 장면이 벽면에 그려진 어린이 방, 엘리자베스 2세 등 유명 인사들이 연회를 열었던 연회장 등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종종 일반인의 결혼식도 열린다. 5시간 대여에 우리 돈 약 400만 원으로 싸지 않지만, 이미 2022년까지 예약이 차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여름에는 각종 공연이나 중세 기마전 재현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니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 좋다.
카디프 시내는 걸어 다녀도 충분하다. 시청, 국립박물관, 카디프마켓 등을 1∼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시내를 걸어 다니며 웨일스 전통 음식인 ‘웰시 케이크’를 먹어 보자. 스콘 같은 느낌에 담백한 맛이다. 여기에 사과로 만든 ‘웰시 사이다’를 곁들이면 좋다. 여기서 영국과는 좀 다른 웨일스의 음식을 느껴보고 싶다면 시내에 위치한 관광센터에 들러 푸드 투어(1인당 40파운드·약 6만 원)를 신청하면 좋다.
축구팬이라면 프린시팰리티 스타디움은 필수 방문지다. 2016년까지 밀레니엄 스타디움으로 불렸던 이곳은 2010년 런던 올림픽 때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8강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을 꺾은 곳이다. 이곳에서 열린 3, 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경기장 투어도 운영한다.
카디프는 19세기 산업혁명 때 세계 최고의 석탄 수출입항으로 명성이 높았다. 카디프 시내에서 버스로 7∼8분 떨어진 카디프 베이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피어헤드빌딩, 석탄거래소였다가 현재는 호텔로 사용 중인 더익스체인지를 비롯해 오페라 등 각종 공연이 열리는 웨일스 밀레니엄센터, 웨일스 국회의사당 등이 있다.
카디프에서 서쪽으로 약 6.5km 떨어진 세인트패건스는 웨일스의 속살을 좀 더 볼 수 있는 곳이다. 시내에서 버스로 30분이면 도착한다. 야외 박물관으로 웨일스 각지에서 그대로 옮겨놓은 옛날 농가, 방앗간, 주택 등이 재현되어 있다. 고대는 물론 현재 웨일스의 모습을 그 어디보다 잘 볼 수 있다.
▼ 영화 속 단골무대 퍼즐우드, 원시림의 신비와 재미 가득 ▼
카디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퍼즐우드는 영국의 원시림을 자연 그대로 잘 보존한 곳이다. 초록색 이끼가 낀 돌과 나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쭉 뻗은 나무들, 미로처럼 얽힌 길 등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독특한 환경 덕분에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화 촬영지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숲속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 외에도 영화 ‘잭 더 자이언트 킬러’, ‘헌츠맨: 윈터스 워’와 드라마 ‘마법사 멀린’, ‘닥터 후’ 등이 퍼즐우드를 영화의 주요 배경지로 선택했다.
퍼즐우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스마트폰이나 사진을 들고 영화에 나온 장면과 실제 장소를 비교해 보며 걷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5만6600m²에 달하는 퍼즐우드는 미로처럼 수많은 갈래길이 나 있다. 하지만 표지판은 없다. 아무 길이나 들어서도 결국 하나의 길로 합쳐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냥 모험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돌아다니면 된다.
● 여행정보
카디프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우선 런던으로 가야 한다. 매일 운항(오전 10시 35분 인천 출발)하는 영국항공을 비롯해 다수의 직항편이 있다. 약 12시간 소요. 영국항공을 이용하면 카디프까지 가는 기차편을 편도 또는 왕복으로 무료 탑승할 수 있다. 당일 연결편에 한해 히스로공항에서 패딩턴역까지 가는 히스로 익스프레스도 무료다. 패딩턴역에서 카디프까지는 스완지행 열차를 타고 카디프 센트럴역에 내리면 된다. 약 2시간 소요. 카디프 외에도 영국 국내 10개 도시와 14개 도시를 각각 항공편과 기차편으로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관광지 정보 ▽카디프성: 오전 9시∼오후 6시(하절기 기준·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에 마감). 하우스 투어는 오전 10시에 시작. 입장료는 어른 13.5파운드(약 2만 원), 5∼16세 9.5파운드(약 1만4000원), 5세 이하 무료. 하우스 투어는 입장료에서 어른 3.75파운드, 5∼16세 2.5파운드 추가. 미리 스마트폰을 통해 오디오 가이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좋다. 다만 한국어는 제공되지 않는다. ▽세인트패건스: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 무료. 관람에 약 2시간 소요. 카디프 시티센터에서 32A, 320번 버스 탑승. 주차료 5파운드. ▽퍼즐우드: 오전 10시∼오후 6시 30분(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 마감). 입장료 어른 5파운드, 3∼16세 3파운드. 강한 바람이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으면 문을 열지 않으니 미리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확인해야 한다.
감성+ ▽드라마: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영국 드라마 ‘셜록’은 카디프에서 대부분 촬영됐다. 드라마 ‘닥터 후’도 많은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스포츠: 개러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선수 중 한 명으로 카디프 출신이다. ‘베일’로 시작해 축구이야기만 해도 카디프에서 친구를만들 수 있다. ▽음악: ‘The land of might have been’은 카디프 출신작곡가이자 가수 겸 배우인 아이버 노벨로의 곡으로카디프 베이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들으면 좋을 곡이다.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런던은 이제 흔한 여행지. 카디프에서 색다른 영국을 느낄 수 있다. ▽중장년층: 공원에서, 항구에서, 성에서 천천히 걷기에 좋은 곳이 정말 많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돌로 된 바닥이 거의 없어 유모차를 몰고 다니기 좋다. 아이들이 즐길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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