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은 일제의 지배를 거부한 비타협·불복종 운동으로, 19세기 후반 가까스로 제국의 반열에 오른 ‘마지막 근대 제국’ 일제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해외 학자 7명 등 국내외 연구자 30여 명이 모여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혁명의 현재적 의미를 살피는 국제 학술회의가 열린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7,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학술회의 ‘프랑스혁명에서 촛불혁명까지: 혁명의 세계사를 향하여’를 개최한다.
윤해동 한양대 교수는 발표 ‘평화적 혁명으로서의 3·1운동―비폭력·불복종 운동과 제국의 동요’에서 “3·1운동 시위의 약 4할은 폭력이 동반됐는데, 이는 일제 군경의 발포 등 무력 진압에 대응한 것이었다”며 “3·1운동은 문화를 위한 투쟁, 평화적인 혁명으로 일제의 동요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회의는 미국이나 프랑스, 러시아 혁명에 비해 덜 주목받아 온 중국과 베트남, 라틴아메리카, 이란 등에서 일어난 혁명을 조명할 예정이다.
얼리사 세핀월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아메리카대륙에서 흑인 노예가 주도해 성공한 최초의 혁명임에도 등한시됐던 아이티 혁명(1791∼1804년)을 조명한다. 그는 “혁명의 원인이 되는 부와 힘의 불균형은 독립 뒤에도 바로 사라지지 않고 후유증을 남긴다”면서 “아이티 사례는 성공적인 혁명이 빈곤 등 상당한 고통으로 이어지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배경한 부산대 교수는 중국 신해혁명이 동아시아에 공화주의의 확산을 가져왔다면서 한국과 베트남의 독립운동에 미친 영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시아바시 사파리 서울대 교수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경제적 취약계층과 국가의 관계 변화를 조명한다.
여러 혁명의 관련성도 검토된다. 폴 체니 미 시카고대 교수는 프랑스 등 대서양 연안 국가들에서 혁명이 잇따른 ‘대서양 혁명 시대(1763∼1830년)’를 지구적 자본주의 성립 과정의 틀에서 이해한다. 그는 “대서양 혁명 시대는 패권을 쥔 영국 제국의 비호 아래 열강들의 암묵적 협약으로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 클레망 티보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도 ‘라틴아메리카에서 본 대서양 공화주의의 다중심적 역사’에 관해 발표한다.
학술회의 기조발표는 피에르 세르나 프랑스 파리제1대학 교수가 맡았다. 그는 ‘21세기 생태학적 파국의 시대에서 본 혁명 연구 분야의 새로운 전망’에서 “인간적 멸시는 동물의 정당한 권리를 부정하는 것과 함께 작동한다고 확신한다”며 ‘생명체의 권리혁명’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 이 밖에 데이비드 개리오크 호주 모내시대 교수, 레이프 블로파브 미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등이 프랑스 혁명 연구의 새로운 경향에 관해 발표한다. 이번 학술회의는 서울대 역사연구소와 한국프랑스사학회가 공동 주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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