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워지고 있다. 폭염에 지칠 때 보리굴비를 찬물에 만 밥과 함께 먹으면 떨어진 입맛이 되살아난다. 녹차를 우린 찬물이면 더욱 좋다. 간이 짭조름한 보리굴비살과 시원한 녹차물, 탱글탱글한 밥알이 어우러져 별미다.
옛날에 조기를 장기간 보관하려면 겉보리 속에 넣어 뒀다. 수분이 빠져 살이 단단해지고 숙성해 맛이 좋아진다. 보리굴비는 하루 이틀만 바닷바람을 쐬어 촉촉한 보통 굴비보다 훨씬 고급이다.
씨알이 굵은 조기는 매우 드물어 큰 조기 보리굴비는 1마리에 10만 원이 넘는다. 요즘 일식당 등의 보리굴비 정식(1인분 2만5000∼3만 원)에 길이 27∼30cm짜리가 오르는데 이는 조기가 아니라 부세를 말린 것이다.
부세는 조기의 사촌 격으로 조기와 비슷하지만 몸이 더 통통하다. 오래 말리면 감칠맛이 나는 이노신산이 늘어나고 살이 쫀득해져 맛이 더 낫다. 조기보다 살집도 넉넉해 먹을 게 많다. 부세 보리굴비는 쌀뜨물에 30분가량 담가 불린 다음 내장을 제거한 뒤 솥에 찐다. 여기에 참기름을 바르고 프라이팬에 살짝 굽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쫄깃하면서 고들고들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부세 보리굴비 역시 굴비의 본고장인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천일염으로 간을 해 2∼3개월간 바닷바람에 말려 생산한다. 조기 보리굴비보다 가격 대비 만족도, 이른바 가성비가 매우 높아 인기를 끌고 있다.
영광군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예그리나’는 부세 보리굴비를 최소한의 마진만 붙여 시중 가격보다 훨씬 싸게 특별 판매한다. 수익금은 장애인 복리사업에 사용한다. 보통 12만 원인 30∼32cm짜리 10마리 특품은 10만 원에, 흔히 10만 원 하는 28∼30cm짜리 10마리 상품은 8만 원에 판다. 5마리 포장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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