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의 뮤지컬 ‘맘마미아’ 연습실. 폭염 속에서도 유독 이곳 근처에서 습하고 더운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연습실 밖으로는 아바(ABBA)의 익숙한 음악과 함께 배우들의 열창, 구호 소리 그리고 웃음이 흘러 나왔다.
연습 중 잠시 짬을 낸 최정원(50) 김영주(45) 박준면(43) 맘마미아 3총사를 5일 만났다. 이른 아침부터 격한 안무와 노래로 땀을 흘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환하게 미소 짓던 이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샐러드, 빵같이 먹을 것만 보면 금세 힘이 난다”며 웃었다.
최정원은 “연습 때부터 배우들이 스스로 행복해야 공연도 잘 나오고 관객도 즐거운데 연습이 즐거운 걸 보니 무대에서 흥이 폭발할 것 같다. 사소한 호흡, 감정, 연기 변화에 왜 그렇게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20년 전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케미’가 연습실에서 톡톡히 발휘되는 것 같다”고 했다.
레전드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만난 레전드 배우 3총사는 2000년 뮤지컬 ‘렌트’에서 함께 무대에 선 적이 있다. 당시를 떠올리던 박준면은 “정원 언니는 이미 막강한 팬덤을 거느린 대스타였기 때문에 먼발치에서 옷 갈아입는 모습을 훔쳐봤어요. 막내 앙상블이던 제가 언니와 친구 사이로 출연하는 느낌이 신기하다”고 했다.
김영주는 “지금이나 그때나 언니는 톱의 위치”라며 “출산 직후 몸매가 드러나는 ‘탱크톱’을 입는 역할을 맡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 최정원은 “진흙 속에 묻힌 진주 같았던 두 후배와 같이 무대에 올라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올해는 뮤지컬 ‘맘마미아’ 자체로도 뜻깊은 해다. 작품은 1999년 영국 초연 이후 20주년을 맞으며, 웨스트엔드 역사상 다섯 번째 롱런한 작품이 됐다. ‘댄싱퀸’ ‘아이 해브 어 드림’ 등 아바의 노래가 친숙하고 중년 배우들의 열연으로 중장년층을 대거 공연장으로 끌어들였다.
국내에서는 2004년 초연 이후 1500회가 넘는 공연으로 약 195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올해 200만 관객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12년째 주인공 ‘도나’ 역할을 맡고 있는 최정원과 2016년부터 ‘타냐’를 소화한 김영주와 달리 작품에 처음 합류한 ‘로지’ 배역의 박준면의 소회는 남다르다.
“아무도 못 알아보지만 연습하면서 몸무게가 3kg이 빠졌어요. 캐릭터를 만들고 호흡을 맞추는 이 과정이 힘들지만 너무 행복해요. 기념비적인 순간에 무대에 서는 게 부담되지만 배우로서 영광이죠.”(박준면)
올해 영국 제작진은 동선, 안무, 연기 지침에 변화를 주문했다. 최근 감성에 맞게 과하지 않도록 연기해 달라는 디렉팅이 내려졌다. 박준면은 “새롭게 많은 게 바뀌니 따라가는 것조차 급급한 ‘멘붕’ 상태인데 이를 지켜보는 언니들이 그래서 저를 보면 웃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영주에게도 쉽지 않은 변화다.
“사랑, 인생, 가족 얘기를 하는 세 친구의 연기에는 드라마적, 연극적 요소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이를 덜어내고 ‘한 번에 툭’ 내뱉듯 연기해야 해요. 관객 앞에서 흥이 넘쳐 과장스럽게 연기하던 부분을 절제하는 게 어려워요.”(김영주)
세 배우의 수다는 공개 오디션 이야기로 이어졌다. ‘공개 오디션을 해도 이미 배역은 다 정해져 있겠지’라는 세간의 시선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정원은 “그 시선이 제일 힘든데 저희도 미칠 듯 오디션에 최선을 다하고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을 때는 신인 때처럼 짜릿하다”고 했다. 오디션 현장에서 영국 제작진이 “타냐! 타냐!”라고 소리치며 극찬한 김영주는 “지금도 의상, 메이크업, 마음가짐까지 완벽히 배역으로 변신한 뒤에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서로의 배역이나 이름보다 “언니, 동생” 호칭이 편한 3총사는 연습하는 과정과 ‘맘마미아’ 자체가 ‘힐링’이라고 했다. “몸이 힘들어도 함께 노래하며 울고 웃는 연습 자체가 힐링입니다. 뭣보다 정원 언니가 꼰대가 아니라 고충을 잘 들어주는 게 가장 큰 힐링이죠.”(박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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