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 2위로 미세먼지를 꼽았다. 1위는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악역 캐릭터 타노스에게 빼앗겼지만 미세먼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간 검색량 2위를 지켜냈다. 미세먼지가 계절적 관심사가 아닌 연중 이슈임을 보여줬다. 미세먼지를 제외한 종합 순위 10위 내 키워드 대부분이 각종 사건, 사고와 관련된 연예인 혹은 인기 영화나 게임 관련 키워드임을 감안하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키워드로 드러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소비로 이어졌다.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2019년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공기청정기와 에어워셔 등 미세먼지 관련 브랜드의 순위가 일제히 상승했다. 공기청정기와 자연 가습기를 판매하는 회사의 브랜드가 각각 98위와 99위에 오르며 첫 100위권에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미세먼지와 관련된 기능을 갖춘 타 전자제품 브랜드 역시 일제히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 여름이면 자연스레 강세를 보이던 프리미엄 에어컨 브랜드조차 냉방 기능이 아닌 미세먼지 제거 기능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미세먼지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도 새로운 풍경이다.
특히 외부에서 미세먼지를 묻혀 실내로 들어온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의류 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절치부심중이다. 지난 겨울 1㎏가 안 되는 초경량 롱 다운으로 기술력을 과시했던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미세먼지 문제를 극복한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정전기, 미세먼지 방지 효과가 있는 도전사 원단을 활용해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 의류를 선보였다. 의류를 미세먼지 매개체가 아닌 미세먼지 저감 제품 대열에 합류시킨 것이다.
의류 산업의 사례처럼 미세먼지 마케팅은 미세먼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제품군을 넘어 건설업계나 금융권에서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미세먼지 저감 능력을 갖춘 숲에 가깝다는 뜻으로 ‘숲세권’이란 신조어를 띄우는가 하면 아파트 단지 입구부터 집 내부까지 곳곳에서 미세먼지 저감 또는 측정을 내세운 마케팅이 활발하다. 얼핏 듣기에 미세먼지와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금융권에서도 미세먼지 저감 뿐 아니라 측정만으로도 금리 우대를 해주는 각종 상품을 너나 할 것 없이 내놓으며 미세먼지 대세 마케팅 행렬에 동참했다.
미세먼지는 이미 키워드부터 브랜드 가치, 실제 판매량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넓히며 ‘날씨 경영’의 새로운 요소로 급부상했다. 미세먼지 저감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전자 제품을 시작으로 직접 관련이 없는 다양한 분야까지 미세먼지가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는 보이지 않는 위협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두려움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기업들에게는 변화무쌍한 날씨는 물론 미세먼지까지 고려해 고객들의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 것이다. 보다 많은 기업들이 미세먼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날씨 경영을 활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마음에 한층 더 다가설 수 있길 기대해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