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돈 냄새를 맡는 IT업계의 억만장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2일 15시 54분


타이탄
크리스천 데이븐포트 지음·한정훈 옮김
504쪽·1만8000원·리더스북


“제프(Jeff), 장난질 좀 그만해요.”

“(그 사람의 계획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그저 환상일 뿐이죠.”

다소 유치해 보이는 듯한 이 설전은 최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사이에서 벌어졌다. 두 사람은 각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기자회견에서 상대를 겨냥해 뼈 있는 농담을 건네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업 수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경쟁기업의 정책에 몇 마디씩 던지는 건 미국에선 어찌 보면 흔한 일. 그런데 이들의 설전을 유치한 신경전으로만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이들은 감히 ‘우주’를 놓고 대화했기 때문이다.

‘타이탄’은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가 두 사람을 비롯한 억만장자들의 우주 사업 도전기를 그렸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를 중심으로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지금은 고인이 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이자 스트라토론치의 폴 앨런 등이 왜 우주에 끊임없이 매달리는지 취재했다. 인터뷰는 물론 기업관계자, 주변인물로부터 얻은 취재과정의 뒷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잘 조명되지 않던 억만장자들의 유년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엉뚱한 상상으로 유명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괴짜’로 통한다. 민간기업 자격으로 우주 개발을 논할 때 누군가는 “공상일 뿐”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이들은 공상을 사업 비전으로 일궈냈다. 이들을 일컫는 다른 별명이 ‘혁신가’인 이유다.

약 10년 전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작은 사무실에서 모인 몇몇 기업가들이 “NASA가 중단한 곳에서부터 길을 찾아야 한다”며 ‘PSF(Personal Spaceflight Federation·개인 우주비행 연합)’을 설립한 일화는 무모함보다는 담대함을 느끼게 한다. 원가를 절감하려 꼼꼼하게 설비 가격을 논하는 모습은 그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남들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듯 우주 산업의 단가를 구상하는 장면은 노는 물이 다른 저 세상 얘기 같아 웃음이 날 정도다.


민간기업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돈을 들여서 우주를 개발하려 한다면 정부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정부, 특히 NASA는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았다. 저자는 정부 규제에 맞서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로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예를 들어 인맥에 의해 많은 게 좌우되던 NASA는 2000년대에 들어 무능력과 무의지의 상징이었다. NASA가 계속 수의계약으로 파트너를 선정하자, 머스크는 NASA와 소송 전에 돌입해 승소한 뒤 경쟁 입찰에 참여한 일화는 그의 의지를 가늠케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위험부담을 무릅쓰고도 이들은 왜 우주에 골몰하는가. 책에 비추어보자면 머스크, 베이조스 등이 우주에서 귀신같이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년기에 품어온 사명감, 도전정신을 우주라는 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우주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이 됐다.

훗날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믿을 만한 놈인가, 미친놈인가?”

김기윤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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