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마을에 사는 빌리는 동물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진행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소년이다. 엄마는 아프고, 나이키 운동화는 또래에게 빼앗겼다. 돌고래들에게 사냥당하는 고등어처럼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놀림을 받기도 한다.
수영을 좋아하는 빌리. 아이들은 그가 항상 입을 벌리고 있다며 ‘물고기 소년’이라고 놀리지만 빌리는 이게 싫지만은 않다. “내 피부는 마치 파도처럼 오르내려. 내 마음은 마치 바다처럼 드나들지.”
가방으로 얻어맞아 나자빠진 빌리를 일으켜 준 건 키 작은 아이 패트릭. 빌리는 바다에서 말하는 고등어를 만나고, 긴장한 순간 패트릭에게 이를 털어놓고 만다. 빌리는 걱정에 빠진다. 패트릭도 나를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하겠지. 학교에 소문을 내지 않았을까.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사라진 이들처럼 아픈 엄마는 결국 실종되는 걸까.
열두 살 소년의 세계를 다룬 영국의 성장 소설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청소년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불안하고,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는 그 시간은 어른이 돼서도 사실 끝나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알 터. 환상적인 소재로 이 세계를 따스하게 풀어냈다.
다만 소설에 등장하는 낯선 사물들이 어떤 느낌을 주는 것인지 한국 독자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을 때가 있어 아쉽다. 사물들의 심상이 소년의 일상과 세계에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더욱 그렇다. 역자가 주석을 달아 의미를 전하려 애쓰지만 독자의 경험 차이라는 장벽을 훌쩍 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원제 ‘FISH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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