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 대세 배우?… ‘어쩌면 좋지?’ 매일 떨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3일 03시 00분


뮤지컬 ‘벤허’ 주연 맡은 카이
다작 출연해 주변서 걱정하지만 무대에서 더 충실히 살고싶을 뿐
대학때 ‘면세점 광고모델’ 꿈꿔… 진짜 소원은 무료 공연 확대

카이는 “뮤지컬 무대에 서서 제 성대와 몸을 움직여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 저와 함께 감정을 나눠주는 동료와 관객이 제겐 큰 선물”이라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카이는 “뮤지컬 무대에 서서 제 성대와 몸을 움직여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 저와 함께 감정을 나눠주는 동료와 관객이 제겐 큰 선물”이라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세 뮤지컬 배우요? 아직 10년도 안 된 ‘대리급’ 배우인데요.”

최근 몇 년간 대작 뮤지컬 라인업에는 늘 그의 이름이 있다. 뮤지컬계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카이(38)는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마지막 공연을 마치자마자 30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벤허’의 주인공 ‘유다 벤허’가 되기 위해 변신 중이다. 칼을 들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귀족과 노예를 오가는 극적인 서사의 주인공이 됐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매일 연습실로 향하는 그를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연장에서 만났다. 연습을 막 마치고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에게 ‘다작 배우’로서의 고충을 묻자 대뜸 배우 하정우의 얘기를 꺼냈다.

“한 인터뷰에서 ‘왜 이렇게 다작을 하느냐’는 질문에 하정우 선배가 ‘다작이 아니라 그저 배우로서 살고 있을 뿐’이라고 답한 걸 봤어요. 정말 공감이 가더라고요. 감정을 많이 소모해야 한다는 우려도 이해하지만 그저 배우로서 무대에서 충실히 살고 있을 뿐이거든요.”

‘늘 충실한 배우’로 불리길 원하는 그는 소망(?)과는 달리 일찍부터 실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해 가창력은 물론이고 뛰어난 연기력과 수려한 외모로 출연작마다 스타덤에 올랐다. 2년 전 출연한 뮤지컬 ‘벤허’에서도 유준상 박은태와 함께 탄탄한 실력을 선보였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한순간도 없을 정도로 매 순간에 충실했다”는 그는 다가올 무대에서도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최선의 무대를 선보이고 싶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학 시절 “노래로 성공해 언젠가는 삼성역에 붙어 있는 면세점 광고 모델이 되는 상상을 했다”는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글로벌 스타다. 노래로 성공해 그 꿈을 이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그때가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오히려 최근 스스로를 돌아보고 걱정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무대에 오를수록 외부에서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게 돼요. 무대에선 당당해 보여도 실은 매일 ‘어떻게 하면 좋지?’라고 끊임없이 걱정하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매일 쓰는 일기도 ‘나는 오늘도 흔들린다’가 주제입니다. 하하.”

풋풋한 외모와 달리 그는 정신적으로는 성숙한 ‘아재미’를 지녔다. 뭐든 아날로그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게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지금도 연출가의 지침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는 게 어색해요. 뭐든지 펜으로 적어야 이해도 빠르고 몰입도 잘되거든요. 아날로그적인 것에 편안함을 느껴요. 그게 제가 작품마다 몰입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면세점 광고 모델이 되고 싶다”는 농담 섞인 바람과는 달리 그의 진짜 소원은 따로 있었다. 문화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무료 티켓을 제공하는 것. 오래전부터 그는 사비를 들이고 팬들도 기금을 마련해 ‘뮤드림’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팬들에게 선물 ‘조공’ 대신 프로젝트 동참을 요청해요. 아이들이 자라면 뮤지컬 팬이자 제 팬이 될 테니까요. 하하.”

30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8세 이상.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뮤지컬 벤허#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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