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래식-역사 등 전문 분야
일반인 눈높이에 맞춘 쉬운 설명, 재치있는 입담으로 꾸준한 인기
출처 불분명해 신뢰성 문제도… 유튜브, 저작권 문제될땐 제재
현실 속 ‘설명충’ ‘투머치토커’(말이나 설명을 과도하게 많이 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가 유튜브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본인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은 채 전문 분야 영상을 만들어 자막이나 내레이션을 덧붙인다. 일반인들의 ‘팟캐스트 전성시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비전문가들의 재치 있는 입담과 설명에 눈길을 끄는 시각자료가 더해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설명충’ 채널은 최근 유명 평론가나 전문가의 유튜브 채널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로 영상에 출연해 이야기를 주도하거나 다른 패널과 대담을 나누는 데 비해 이 채널들에는 운영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 대신 철저히 설명에 집중한다. 이들 채널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전문가보다 쉽게 설명하는 것이 강점이다.
스포츠채널 ‘불양TV’는 2012년부터 과거 스포츠 중계나 자료 화면만으로 다양한 선수, 구단, 스포츠 역사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 왔다. 주로 분야별 ‘Top 10’ 등 순위를 매긴 영상이나 한 인물의 생애를 설명하는 영상이 인기가 많다. 클래식, 영화, 역사, 예술 분야에서도 오로지 설명만 하는 채널이 급증하고 있다.
운영자들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시청자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채널을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두 달 전 스포츠 분야 채널을 시작한 한 유튜버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내가 알고 있는 분야의 내용을 실컷 쏟아낼 곳이 필요했다”며 “신분이나 본업을 드러낼 필요도 없이 간단한 영상만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들 채널은 구독자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다른 주제의 영상도 제작해 달라”며 금액을 후원하기도 하고, 댓글을 통해 토론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한 역사 설명채널의 구독자는 “유튜버의 신분이나 영상 외적 정보까지 아는 건 오히려 피로감을 주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 설명 채널을 선호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채널이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상이 창작보다는 기존 자료에 설명을 덧붙이는 ‘2차 창작물’로 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기존 자료화면과 영상을 짜깁기할 경우 저작권 침해로 제재를 받기도 한다. 유튜브는 각 채널을 심사해 문제점이 확인되면 수익 창출을 금지하는 ‘노란 딱지’ 제재를 가한다. 유튜브 측은 “저작권자와 크리에이터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부정확한 정보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는 구독자가 영상 속 오류를 발견해 내용 수정을 요청하고 제작자가 이를 수정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부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가짜뉴스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며 “영상으로 인한 피해를 특정하거나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창작자의 윤리 의식을 강화하는 한편 별도 기관의 팩트체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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