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회를 맞는 박경리문학상이 24일 결선에 오른 최종 후보 5명을 공개했다. 안토니오 무뇨스 몰리나(63·스페인)와 에두아르도 멘도사(75·스페인), 이스마일 카다레(83·알바니아), 마거릿 애트우드(80·캐나다), 옌롄커(61·중국)이다.
이 상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했다. 국내외 작가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 문학상이다. 올해 심사는 위원장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를 필두로 권기대 번역가, 김성곤 서울대 명예교수, 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 이세기 소설가, 유석호 연세대 명예교수(가나다순)가 맡았다.
24일 만난 김우창 교수는 후보자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20세기의 정치 체제를 깊이 사유했다. 정치의 비극적 속성과 그 속에서 분투하는 개인의 삶을 실감 나게 되살렸다”고 했다.
스페인의 간판 작가 몰리나는 ‘리스본의 겨울’(1987년)과 ‘폴란드 기마병’(1991년)으로 후보에 올랐다. 각각 음울한 현대인의 방황과, 내전·독재로 얼룩진 스페인 현대사를 지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김 교수는 “개인이 정치사에 휘말리는 아이러니를 자연스럽게 보여준 수작”이라고 말했다.
멘도사는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유머와 아이러니를 절묘하게 섞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작으로는 데뷔작인 ‘사볼타 사건의 진실’(1975년) ‘경이로운 도시’(1986년) 등이 있다. 군수업체 간부의 살해 사건을 다룬 ‘사볼타…’는 미스터리를 형성하는 역사적 배경을 파고들어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각자의 상황과 이익을 위해 쟁투하는 인간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작가”라고 했다.
카다레는 첫 장편 ‘죽은 군대의 장군’(1963년)과 함께 ‘꿈의 궁전’(1981년) ‘광기의 풍토’(2005년)로 후보에 올랐다. 알바니아의 현실을 신화와 전설을 변주해 우화적으로 그린 작품을 주로 써왔다. ‘죽은…’에 대해 김 교수는 “국가적 명분으로 폭력이 정당화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을 다수 펴낸 애트우드는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통한다. ‘시녀이야기’(1985년) ‘눈먼 암살자’(2000년) 등을 펴냈으며, 2017년 노벨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발표되자마자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베스트셀러에 오른 ‘시녀이야기’는 2017년 TV드라마로 제작되며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임을 입증했다.
옌롄커는 중국 부조리 서사의 대가로 통한다. ‘여름 해가 지다’(1992년) ‘레닌의 키스’(2003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005년) 등이 대표작.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고루 받으며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회주의 체제에 억눌린 개인의 욕망을 뛰어난 상징으로 드러내는 작가”라고 김 교수는 평했다.
수상자는 9월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시상식은 ‘2019 원주 박경리문학제’에 맞춰 10월 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동아일보는 최종 후보자 5명의 작품세계를 차례로 지면에 소개한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국내 작가의 작품도 후보작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또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수 언어권 작품도 적극 발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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