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형사’ 마지막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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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히가시노 게이고 지음·김난주 옮김/484쪽·1만6800원·재인

‘이 서평, 써야 할까?’

읽기 전부터 참 난감했다. 해리 포터 마지막 시리즈 ‘죽음의 성물’ 때가 떠올랐다. 어차피 기다린 사람들은 다 사볼 텐데. 괜한 덧붙임은 거추장스럽다.

그런데도 이리 주절주절 대는 건 나름 이유가 있다. 히가시노 월드에서 ‘기도의 막이…’는 분명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품이다. 1986년(현지 기준) 첫 등장한 주인공 ‘가가 교이치로’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모두 10권에 이르는 가가 형사 시리즈는 ‘갈릴레오 시리즈’와 함께 히가시노의 양대 산맥이라 부를 만하다. 갈릴레오는 천재 물리학자가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가는 신박함이 무기. 반면 가가는 뭔가 설렁설렁한데 하나씩 퍼즐을 완성해가는 짜임새를 지녔다. 혹자는 가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매력으로 들기도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히가시노 작품은 대부분 그런 정감이 넘치는 편이다.

굳이 다른 특징을 꼽자면, 가가 시리즈는 여러 재료가 뒤섞였는데도 하나하나가 맛이 살아있다. 추리소설의 묵직함을 지녔으되 일상의 살내음도 잃지 않는다.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 거리라 해도 결국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지 않나. 문체나 구성은 하드보일드(hard-boiled)지만, 마음 한구석에 ‘슴슴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뜻에서, 가가 시리즈는 ‘소프트보일드(soft-boiled)’란 독창적 장르라고 억지를 부려보고 싶다.

‘기도의 막이…’는 마지막 권이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밌다. 그래도 기왕이면 여덟 번째 작품 ‘신참자’를 먼저 읽으면 더 풍미가 살아난다. 가가의 최근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니. 물론 ‘악의’나 ‘붉은 손가락’도 명성만큼 끝내준다. 첫 작품 ‘졸업’도 놓치면 아쉽긴 한데. 아, 그러고 보니 정작 ‘기도의 막이…’가 어떤 내용인지는 하나도 얘기하질 못했다. 이 책 줄거리는…. 한마디만 하자.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 그냥 보는 게 낫겠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기도의 막이 내릴 때#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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