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 강제중단…문화보복 가시화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3일 19시 38분


‘표현의 부자유-그후’가 개막 사흘 만인 3일 오후 6시 중단됐다. 일본 나고야 아이치 트리엔날레 ‘정의 시대’ 미술전이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안세홍 사진작가의 ‘일본군 성노예’ 주제 사진 등을 선보인 전시다.

이 전시회의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부자유-그후’ 전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표현의 부자유-그후’전은 8월1일 개막, 10월1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었다. 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와 관련한 질문에 “정부 주최 전시는 아니지만 문화청 보조금 교수 사업이므로 사실관계를 정밀히 조사해 대응하겠다”고 답한데 이어, 전시장을 방문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이 오무라 히데야키 아이치현 지사에게 전시회 중지를 요청했다.

쓰다 다이스케 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은 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이 이 표현(평화의 소녀상 전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검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검열’했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주최 측과 수개월동안 논의, 준비한 전시작을 철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표현과 부자유-그후’는 일본에서 전시하다가 취소되거나 중단 당한 작업을 모은 전시다. 시민운동가 유카 오카모토가 2015년 기획해 시작됐고 쓰다 다이스케 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이 초대해 열렸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사진가 안세홍, ‘평화의 소녀상’ 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가 참여했다. ‘천황반대’, ‘오키나와 문제’ ‘강제징용 기림비’ 등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일본 작가를 포함, 총 7명이 함께하는 전시다.

평화의 소녀상 김서경 작가는 “기획자와 통화한 다음 다양한 대응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건 국제적으로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에게도 이로운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 일본 사회를 반추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오늘 전시장에 일본 시민들이 엄청나게 왔다고 들었다. 이 불안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쿄에서 나고야를 오가며 당번제까지 만들어 이 전시를 지켜주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도 그 힘을 받아서 여기까지 왔다. 그분들과 협의해 잘 해결하도록 하겠다. 아이치현과 정부가 압력을 행사한 데에 대해선 일본이 그만큼 퇴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전시 참여 일본 작가들도 전시를 함께 철거하는 것이니 그 작가들과도 함께 뭔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가 안세홍은 “어제부터 전시 중단이 거의 확정됐다는 얘기가 들려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데 트리엔날레 측에서 ‘오늘 아침 협박 팩스를 받았고 안전이 위협되니까 더 이상 전시를 진행할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 지금 하루 200~400통 편지와 e-메일이 오는 상황 등을 핑계삼아 전시를 중단한 것으로 본다. 어제 예술감독과 지사가 만났다는 얘기도 들었다. 대응방법을 찾고 있다. 법적으로도 조치를 취할수 있는 부분을 찾아볼 예정이다. 변호사가 첫날부터 같이 지켜보고 있다. 반박 기자회견도 할 예정이다. 아침에 온 팩스는 중지 안 하면 등유를 가지고 전시회장으로 가겠다는 협박인데, 협박범을 잡는게 아니라 전시를 중지시키는 사태, 명명 백백한 정치권에 의한 예술의 검열”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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