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를 캐던 백제의 ‘흙수저’ 서동이 신라의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고의로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는 설화는 드라마 ‘서동요’로 만들어졌을 만큼 널리 알려졌다. 전북 익산은 이 설화뿐 아니라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그리고 백제 무왕의 숨결을 품고 있는 도시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인 저자는 2015년 말부터 2019년 2월 말까지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장을 지내며 익산 일대에서 이뤄진 백제 유적과 유물에 관한 조사 현장을 생동감 있게 설명한다.
책은 2009년 초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 수리하는 현장에서 시작한다. 석탑 1층 심주석(心柱石)을 들어올리자 금과 은, 유리로 만든 갖가지 백제 보물이 발견되는 순간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 이후 미륵사지 발굴 과정, 무왕의 무덤인 쌍릉 발굴의 역사뿐 아니라 순수 학문처럼 보이는 역사 유적 발굴 뒤에 숨겨진 고도의 정치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써내려갔다.
다양한 삽화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백제시대 설화,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발굴의 뒷이야기 등 저자의 전문적 식견이 다양한 소재와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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