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두 언어 사이에 자라난 틈은 좁지만 깊어도 보인다. 구석차기(코너킥)나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 같은 한두 가지 북한 말을 우스갯소리로 알고 있는 이들에게 책은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요즘 북한 말과 북한 삶을 다룬다.
소설적 기법이 묘수다. 제1강 식사 시간부터 제20강 여행과 국경까지, 제목처럼 수업처럼 구성하되 가상의 등장인물이 북한을 둘러보는 형식을 택했다. 남한 방언학자인 한겸재 씨 가족이 북한 교수인 리청지 댁을 찾는다. 책은 각각 이들의 중학생 딸인 한슬기와 리예리의 눈으로도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살핀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반짐자동차로, 스키니진을 뺑때 바지로, 스타킹을 유리양말로 부르며, 때로 엠피삼(MP3)을 레시바(이어폰)로 듣거나 망유람(인터넷 서핑)도 하는 한 씨 가족의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실제로 북한 기행을 곁에 바짝 붙어 따라가는 듯하다. 북한 말 배우기로 출발했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옥류관 대신 평양 향만루에 가 ‘달고신매운닭발쪽’을 뜯으며 그쪽 사람들과 수다라도 떨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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