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새로운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초연부터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주연 변강쇠 역할로 ‘국악계 아이돌’ 유태평양(27)이 합류했다. 6세에 ‘흥보가’를 완창하며 판소리 신동으로 유명했던 그가 청년 아티스트로서 보여 줄 농익은 변강쇠는 어떤 모습일까.
16일 국립창극단에서 연습을 마친 유태평양은 “‘변강쇠…’는 연달아 네 번 볼 만큼 좋아한 작품”이라며 “군더더기 없이 소리 집중이 잘되면서 야설적 내용도 유쾌하게 넘어가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사를 뜯어 보니 변강쇠라는 인물이 그저 욕정에 미친 사람은 아니었다”고 했다.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변강쇠…’는 외설로만 치부되던 이야기에서 해학을 끄집어내고, 관객이 공감할 만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공연을 앞두고 그가 작품을 탐구한 결과, 변강쇠의 키워드는 곧 ‘외로움’이었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캐릭터 안에 있더라고요. 감성적 허전함으로 몸과 마음이 같이 떠돈 거죠.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옹녀’라는 여자를 만나고 나서 그의 애틋한 사랑이 드러납니다.”
유태평양은 소리꾼 경력만 따지면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변강쇠가 보여 줘야할 농익은 감정 연기를 20대 중반의 청년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선배들과 얘기해 보면 20대든 40대든 연애 고민거리는 비슷하던데요? 자신을 잘 이해하는 상대를 만나 ‘이 사람이다!’ 싶은 순간 있잖아요. 변강쇠가 옹녀를 봤을 때처럼요. 이 정도는 이해할 나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그는 요즘 20대와 변강쇠의 가치관이 잘 맞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조선시대 힙스터더라고요. 마음 가는 대로 연애하며 행복하게 사는 ‘욜로(YOLO)’족요. 낙천적이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모습은 저랑 비슷해요. 정작 마지막에 죽을 땐 ‘외로워하지 말고 다른 남자와 행복하라’는 대목은 어찌나 슬프던지.”
그는 스스로 “관종(관심종자)병 환자”라 했다. 달리 말하면 타고난 무대 체질에다 소리꾼으로서 주목받는 게 그렇게 좋았단다. 어려서 스승 조통달 명창이 공연을 마치면 “할아버지는 공연해서 좋겠다”며 심통이 나 입을 삐죽거렸다고.
그는 요즘 활동 반경을 넓혔다. 노래 경연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우승했다. 국악을 알리겠다는 소명이 있었다.
“무작정 국악이 좋으니까 들어보라는 것보다 ‘쟤 누구지?’라는 호기심이 국악에 대한 관심으로 번져갔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도전을 통해 청년 예술가 유태평양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는 국악이라는 뿌리를 절대 놓지 않을 작정이다. 그는 “국악을 바탕으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죠. 지킬 건 확실히 지키되 대중과 국악이 친해지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변화하되 변하지 말자’라는 좌우명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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