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버터 굽는 냄새가 가득한 ‘달콤한 발레’ 보셨어요? 최고 무용수들의 동화 발레를 기대하세요.”
2017년 ‘죽음과 여인’을 시작으로 ‘트리플 바흐’ ‘베토벤의 천사들’의 안무를 맡았던 발레리나 김세연(40)이 올해는 달콤한 가족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를 거쳐 미국 보스턴발레단,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스페인 국립무용단 ‘프리메라 피규라’(Primera Figura·수석 무용수보다 한 등급 위인 최고 무용수)로 활동한 그는 “무대 위에서 가장 예쁜 무용수”라며 이번 작품에서 발탁한 이현정 와이즈발레단 수석무용수(27)를 소개했다.
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은 동료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던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은 ‘지젤’에서 주역 ‘지젤’에 더블캐스팅됐다.
“신작을 구상하자마자 무대에서 빛나던 ‘지젤’ 현정이를 바로 떠올렸어요. 관객 앞에서 뭘 할지 아는 무용수거든요.”(김세연)
“사람 자체가 ‘지젤’인 선생님은 안무가로서도 칼 같은 완벽함을 요구하시죠. 가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동작만을 요구하실 때도 있어요(웃음).”(이현정)
마포문화재단·와이즈발레단과 협업한 ‘헨젤과 그레텔’은 아이들을 숲속으로 유인하는 마녀와 그에 맞서는 두 남매의 이야기로 동명의 오페라 줄거리를 기반으로 한다. 동화적 구성을 충실히 따라 뭉클한 가족애를 그린다. 클래식 발레를 토대로 무대를 꽉 채우는 군무와 주요 인물의 연기가 볼거리다. 최근까지 스페인에서 무대 연출을 공부한 김세연의 센스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동화 속 상징적 공간인 ‘과자로 만든 집’을 위해 무대에 흙도 뿌리고, 빵과 버터 냄새도 나게 했어요. 무의식적으로 관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죠. 무용은 점점 세트를 줄이는 추세지만, 타 장르는 후각적 연출을 활발히 활용합니다.”(김세연)
의상과 조명도 그가 각별히 신경 쓰는 요소다. 다채로운 색감을 활용해 “그림책 읽는 듯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지젤’ 리허설에서 의상의 주름, 조명의 각도 같은 디테일을 챙기는 김세연을 목격한 이현정은 “‘프로는 저런 것도 신경 쓰는구나’라는 생각에 크게 놀랐다”고 털어놨다. 김세연은 “솔직히 조명과 의상이 무용 실력의 30%는 먹고 들어간다”는 고수의 팁도 공개했다.
만나는 동안 두 사람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프로페셔널’이다. “확실치 않은 부분을 꼭 짚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하다”는 완벽주의 성격도 닮았다. 스페인과 한국을 오가느라 “단원들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김세연의 넋두리에 이현정은 “어차피 무용은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만족을 모르는 프로들의 목표는 확고했다. “‘호두까기 인형’처럼 모든 연령층에 사랑받는 가족 발레 만들 겁니다!”(김세연·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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