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청년들이여, 악착같이 벌어 평생 쓸 자유를 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7일 03시 00분


◇파이낸셜 프리덤/그랜트 사바티어 지음·박선령 옮김·지철원 감수/480쪽·1만9500원·반니

돈은 저장할 수 있지만 시간은 저장할 수 없다. 인생의 가장 귀한 자산인 ‘시간’을 여유 있게 누리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자산을 축적해 두라고 저자는 권고한다. 사진 출처 freepik
돈은 저장할 수 있지만 시간은 저장할 수 없다. 인생의 가장 귀한 자산인 ‘시간’을 여유 있게 누리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자산을 축적해 두라고 저자는 권고한다. 사진 출처 freepik
제목은 ‘재정적 자유’를 얘기하는데 저자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한다. 무엇이 목적일까. ‘자유’와 ‘시간’이다. ‘가성비’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저자는 강조점을 가시비(價時比)에 두는 것으로 읽힌다. 돈도 필요한 만큼의 자유와 시간을 얻기 위해 버는 것이므로.

책은 일목요연하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급한 것과 미뤄둘 것을 명쾌하게 구분한다. 저자를 흉내 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조언과 그다음 참고할 만한 것,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봤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20대 내지 30대에 은퇴하도록’ 권하는 것이다. ‘감수의 글’에 따르면 ‘일찍 은퇴하고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살겠다’는 최근 미국 파이어(FIRE)운동과 연관된다고 한다. 일찍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젊은 나이에 빈털터리로 소득전선에서 물러나라는 말은 아니다. 충분한 돈을 모아두면 ‘복리의 마법’이 작용한다. 이자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이자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자가 들어오는 삶’을 강조했던 1990년대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와 같은 충고다. 충분한 돈을 모을 수만 있다면, 일찍 은퇴할수록 오히려 수익이 늘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에 복리의 ‘마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모아야 은퇴하기에 충분할까.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저자가 권하는 금액은 연간 지출비용의 최소 25배, 이상적으로는 30배 이상이다.

이상이 이 책의 핵심 논지다. 뜬구름 같을 수도 있다. 어떻게 젊은 나이에 연간 지출액의 30배를 모아둔다는 얘긴가. 나머지 내용 대부분은 그 ‘방법론’을 다룬다. 한마디로 독해져야 한다. 정규 직업 외에 부업, 투자 등 가능한 방법은 모두 동원하라는 것이다. ‘돈도 자유와 시간을 위한 것’이라는 애초 권고는? 젊어서 온 힘을 다하면 나중에 훨씬 많은 자유와 시간이 생긴다. 예의 ‘복리의 마법’ 덕분이다. 저자에게 ‘불로소득’이라는 말은 험담이 아니다. 시간 대비 수입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다.

귀 기울여 둘 방법론은 많다. 세금 우대 혜택이 있는 곳에 먼저, 최대한도로 투자하고 찾을 때는 마지막에 찾는다. 정규 직장 내의 혜택은 최대한 뽑아 쓴다. 가계부식의 지출 예산은 (가시비 관점에서) 세울 필요가 없다. 주거비와 교통비 등 많이 들어가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돈을 버는 데만 말고 관리하는 데 시간을 들이자. 매일 5분으로 시작한다. 마치 게임처럼, 익숙해질수록 쉬워진다.

여기까지가 책의 ‘그다음 참고할 부분’으로 읽힌다. 한편 그다지 참고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부분도 제법 많다. 부동산이나 연금 등의 투자 운용 전략 부분은 미국과 한국의 현실이 워낙 다르다. 참고로 읽어두면 좋을 듯하다.

의외로 미국과 한국의 현실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소득은 부모 세대가 그 나이에 벌던 수입의 절반에 못 미친다. 학자금 대출까지 갚아야 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대부분 저축은 고사하고 수년간 빚에서 벗어나지도 못할 것이다.” 호황에 올라탄 줄 알았던 미국도 젊음의 아픔은 다르지 않다.

저자는 무일푼에서 시작해 갖가지 투자로 20대에 125만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게 되었고, 1000만 명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밀레니엄머니’를 창설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파이낸셜 프리덤#그랜트 사바티어#박선령#지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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