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2567만명의 유튜버 “얻은 건 팀원, 잃은 건 자유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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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유튜브 프로젝트’ 책 펴낸 ‘토이푸딩’ 채널 김세진 대표

김세진 대표는 “장난감만 나오는 채널은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어린이가 놀이하는 채널보다 더 큰 대리만족을 준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청하는 어른도 적지 않다” 고 했다. 구독 지역은 동남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등으로 다양하다. 한국의 구독자 수는 전체의 10% 미만이라고 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세진 대표는 “장난감만 나오는 채널은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어린이가 놀이하는 채널보다 더 큰 대리만족을 준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청하는 어른도 적지 않다” 고 했다. 구독 지역은 동남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등으로 다양하다. 한국의 구독자 수는 전체의 10% 미만이라고 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 남자에겐 장난감 가게가 참새 방앗간이다. 아이도 없는데 틈만 나면 장난감 가게를 어슬렁거린다. 인기 아이템은 뭔지, 아이들은 장난감으로 어떻게 노는지 유심히 지켜본다. 유튜브 채널 ‘토이푸딩’을 이끄는 김세진 대표(40)다.

토이푸딩은 단일 채널로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6일 기준 구독자 수는 2567만6500여 명, 누적 조회수는 148억 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 사이트 ‘소셜블레이드’ 기준으로 세계에서 35번째로 누적 조회수가 높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독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토이푸딩은 장난감과 손만 나온다. 주인공은 인형 ‘베이비돌리(BABYDOLI)’. 카메라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기 인형을 돌보는 베이비돌리의 모습을 가만히 비춘다. 인형이 인형 놀이를 하는 역할극인데 어른이 봐도 꽤 재미있다.

5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아이들 속도에 맞춰 장난감 움직임이 느리다. 정서에 좋은 배경음악을 깔고 효과음을 극대화해 오감 만족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최근 책 ‘나의 첫 유튜브 프로젝트’(다산북스)를 펴냈다.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담은 실용 가이드에 가깝다. 유튜브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과정과 몸으로 겪은 조언을 아우른다.

“예기치 않게 채널이 커지다 보니 많은 분이 노하우를 물어오세요. 개별적으로 알려드리기엔 어려워 책을 펴내면 어떨까 했습니다. 잘 만든 콘텐츠에 전략을 더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4년. 10년간 이끌던 소셜커머스 업체를 접은 뒤 유튜브를 자주 보던 때였다. 한때 PD를 꿈꿨을 만큼 영상에 관심이 많았다. 희귀 장난감 수집가였던 그는 ‘장난감 채널’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창고에 흰색 시트지를 바르고 휴대전화로 촬영을 시작했죠. 사업에 실패했던 때라 4∼5시간 자면서 하루 3개씩 영상을 올렸습니다. 유치원을 마칠 시간에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방학에는 동영상 개수를 늘리며 노출에도 신경을 썼어요.”

채널이 커지자 전략의 중요성을 직감했다. ‘여아’와 ‘글로벌’을 성장 전략으로 정했다. 남아 장난감은 유행 주기가 짧고, 해외에선 여아 시장이 더 컸다. 채널 충성도를 위해 베이비돌리를 제작했다.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장난감 구입 비용은 월 1000여만 원.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구입한다. 직원 20여 명이 팀별로 모여 상황을 짜고, 스토리보드를 만든 뒤 촬영을 한다. 토이푸딩 스토리작가 김진화 씨(38)는 “5시간 정도 촬영해 5∼10분으로 편집한다. 장난감 각도와 손동작까지 세심히 살피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간다”고 했다.

월 수익은 얼마나 될까. 그는 누적 조회수(148억 뷰)에 비춰 짐작해 달라고 했다. 5년간 매출이 100억 원은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광고수익 말고도 최근 진출한 중국 쪽 플랫폼의 수익도 상당하다. 하지만 비용 지출도 늘었다. 직원 20여 명 인건비에 연구개발비 및 신규 사업 발굴에 대한 지출도 상당하다. 그는 “감사한 일이다.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이라며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순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큽니다. 하루라도 쉬면 어느 순간 순위에서 사라질까 봐 새벽에도 사이트를 들여다봐요. 한국 구글에서 상위 팀들을 모아 분기별로 자리를 마련하는데,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어요. 모든 일이 어렵지만 유튜브도 경쟁의 측면에서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유튜브는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요즘, 새로운 부의 추월차선으로 각광받는다. 부정적 시선도 있다. 손쉽게, 운 좋게, 자극적인 콘텐츠로 성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키즈채널은 특히 아이들에게 유해한 게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김 대표는 “자극적인 영상은 일시적이다. 뚝배기 같아야 오래 간다”고 했다.

“유튜브를 허용할지 말지가 아니라 활용 방법을 고민할 시점인 것 같아요. 저희는 교육 전문가가 사회성과 언어발달을 고려해 영상을 구성합니다. 따라 해도 좋을 역할 놀이와 단순한 단어(과일, 숫자, 음식 등)가 등장해 언어를 배우는 식이지요. 물론 너무 오래 봐선 안 되겠죠.”

유튜브는 변화무쌍하다. 새로운 강자들이 쉼 없이 등장한다. 최근엔 ‘코코멜론’이 키즈튜브(어린이 유튜브)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비장의 무기는 3차원(3D). 토이푸딩도 현재 운영하는 2차원(2D) 만화를 3D로 바꿀 계획이다. 주 시청 연령층도 높이려 한다. 그는 “세계 아이들이 베이비돌리로 즐거움을 얻고, 학습하고, 또 오프라인에서 베이비돌리로 놀이하는 장면을 그려본다”고 했다.

경쟁이 무시무시한 유튜브 세계에서 선두에 서 있는 김 대표. 그는 유튜브로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성공한 건 실감이 안 나고요. 얻은 건 팀원들, 잃은 건 건강과 자유.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조회수 추이를 살펴야 하니까요. 직업으로서 유튜버요?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면 도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나의 첫 유튜브 프로젝트#토이푸딩#김세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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