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필수” 산후 조리원, 똑똑하게 고르기[변종국 기자의 슬기로운 아빠생활]<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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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7일 15시 19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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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머니들은 애 낳고 곧바로 밭 일 하러 나가셨다는데? 산후 조리원이 꼭 필요해?”

출산을 앞둔 어느 예비 아빠에게서 이 말을 들었을 때, 저 녀석의 입을 틀어막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야만 한 가정의 행복을 유지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말을 그의 아내 또는 장모가 들었을 때 일어날 나비효과를 생각하니 너무 아찔했다. 젊은 꼰대 같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한 마디 했다.

“조리원은 필수야. 지금부터 조리원 제대로 알아보러 다녀!”

나는 감히 외친다. ‘조리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이다. 필자도 조리원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걸 깨닫고는 이렇게 마음먹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진 못해도 제대로 따져보자.”

아빠 입장에서 조리원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하는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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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해 주기에 저렇게 비싸지? 2016년 첫 아이를 낳았을 당시 300만 원 가량을 썼다. 맘 카페에서 알게 된 ‘공동구매 할인’을 이용했다. 가격은 천차만별. 어느 연예인이 이용했다는 꼬리표가 붙은 조리원은 대부분 비싸다. 조리원 출신 산모와 아이들의 인맥 네트워킹까지 신경을 써주는 조리원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장소 선택은 아내의 몫이요, 비용 지불은 남편의 몫이다.

● 남편이 조리원에서 잠을 잘 수 있는지 여부

출산 후 회복이 중요한 시점에 남편이라는 존재는 아내에게 도움이 될 수도,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아내가 수유를 할 때 남편이 옆에서 수발을 들어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방으로 찾아오는 아기를 받아 아내에게 안겨주는 행위만으로도, 아내는 체력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남편은 일단 매일 조리원을 가야한다. 수유하는 것도 보고 아기 목욕 시켜주는 것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가느냐 아니면 거기서 잠을 자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남편과 같이 잠을 못 자는 조리원의 경우,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기를 두고 집으로 가야 한다.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집에 가서 잘 수 있다. 결코 집에 가서 혼자 자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려 고민을 하는 것이다. 남편이 코를 골아서 또는 외부에서 딸려 들어온 각종 세균들로부터 아내와 아기를 보호하려는 스스로의 격리 조치다.

반면 남편과 같이 자는 것은 아내에게 좋을 수도 있지만 상당한 희생이 될 수도 있다. 나도 그랬지만 술을 마시고 조리원에 가는 남편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내도 싫어하고 조리원도 싫어한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혼자 집에 가는 것도 싫은데, 그렇다고 조리원으로 오는 것도 싫다고 하는 경우도 봤다. 어차피 임산부들에게 남편이란 존재는 어쩌면 계륵과도 같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또 긴요하다. 없으면 필요한데 있다고 또 막 좋지도 않다는 말도 들었다.

● 아내가 식사를 어디서 하는지에 대하여

식사가 방으로 따로 들오는지, 산모들이 단체로 식당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지 여부를 고민해보자. 필자는 밥이 방으로 들어오는 걸 선호했다. 식사 시간인데 아기가 배고픔을 호소하는 경우, 엄마들은 대부분 배고픔을 참고 아기에게 수유를 하려 한다. 분유를 줄 수도 있지만 가급적 모유로 주고 싶은 것이 엄마들의 마음이다. 수유가 5분, 10분 만에 끝나지 않는다. 대게 수십 분이 걸린다. 개별 식사 시스템이면 방 안에 밥을 잠시 둘 수 있다. 식당으로 가야 하는 경우엔 식사 시간을 놓칠 수도 있고 눈치가 보일 수도 있다.

산모들이 단체로 식사를 하면 또래 산모들과 삼삼오오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특히 남편 입장에서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와이프가 혹시나 산모들 사이에서 잘 못 파생되는 정보의 희생양이 될까봐다. 산모들 사이에서 다양한 정보가 오간다. 그러나 다양함이 결코 남편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

“저희 남편은 이런 걸 해줬네요. 호호”

“저는 이런 걸 샀어요. 호호”

“이런 걸해야 한대요. 호호”

저 문장을 살짝 응용해보자.

“여보 저 집 남편은 이런 걸 해줬대. 호호”

“옆 산모는 이런 걸 샀대. 이런 걸 했대. 호호”

“이런 걸 해야 한다더라고? 호호”

조리원 출입 규정도 조리원마다 다르다. 남편 외에는 절대 출입이 안 되는 곳도 있다. 가족들은 주말에만 잠시 로비에서 아기를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떠든다던지 하면서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가족들도 더러 있다. 바이러스 감염 등이 상당히 민감한 곳이 조리원이기 때문에 출입 규정을 꼼꼼히 따져보고 집안 문화에 맞게 선택을 해야 한다.

● 아이를 살펴 볼 수 있는 캠(CAM)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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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신생아 바구니 위에 캠(CAM)을 달아둔 조리원이 많다. 휴대전화 어플과 연동 시켜 아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부부뿐 아니라 부모님, 친척 등 가족들도 등록 시킬 수 있다. 세상 좋아졌다. 하지만 필자는 단호하게 이 어플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손자가 보고 싶겠지. 아빠들도 일을 하면서 휴대전화로라도 아기를 보고 싶지만! 이런 경우를 생각해 봤다. 만약 아내가 아닌 누군가가 어플을 켰을 때, 아기가 울고 있거나 한 쪽으로만 지나지게 누워있어 머리의 찌그러짐이 우려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

아내의 카톡이 울린다. “애 운다” “얘야 애가 한쪽으로만 자고 있구나” “애 분유 먹이니?”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자한 조치다. 이것도 집안 상황에 따라 슬기롭게 잘 선택하도록 하자. 부모님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다.

● 가슴 마사지에 대해서

의외로 예비 아빠들이 고민을 하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조리원에서 가슴 마사지는 유료 옵션이다. 1회를 무료로 해주는 곳도 있다. 이후, 마사지 1회에 얼마 10회에 얼마 이런 식이다. 단언컨대 ‘마사지를 한번도 안 받은 산모는 있어도 마사지를 한 번만 받은 산모는 없다’ 보통 10회 정도 한꺼번에 끊게 된다. 10회를 끊으면 할인도 해준다. 그냥 따지지 말고 결제를 하자. “너(아내)를 위한 선물이야”라고 너스레를 떨자. 아내를 위하는 것 같지만 근저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적인 성격도 있다.

산후에 가슴 마사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유선이라도 막히는 경우, 오히려 막힌 유선을 뚫기 위해 또다시 마사지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심하면 병원이나 사설 마사지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유료다. 초기에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느니, 가슴 마사지를 받아 건강도 찾고 아내로부터 사랑도 받는 1석 2조의 이득을 누리자. 몇 푼 아끼려다 큰 돈 나가는 경우 만들지 말고 외우도록 하자. ‘마사지는 필수다’

가슴 마사지 이외에 요가, 아기 교육 교재 판매 등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조리원도 있다. 상술이라면 상술이요 아내와 아기를 위한 투자라면 투자다. 아내에게 다양한 조리원 옵션에 관한 의사를 묻되, 매우 정중하고 기분이 나쁘지 않게 의사를 묻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발휘해 과비용 지출을 막아보도록 하자.

아내가 둘째를 낳았을 때, 조리원을 답답해하는 것 같아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몸을 떨며 손목 등이 사무치게 아프다고 했다. 산후풍이 온 것이다. 출산을 하며 모든 양분을 아이에게 넘겨준 탓에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난 것이었다. 미안했다. 고맙기도 했다. 슬프기도 했다. 엄마라면 겪어야 하는 아픔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아내가 대단해 보였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일이면 또 까먹을지도 모르는, 잠시 접어둘지도 모르는 감정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랬다. 조리원에서 많이 회복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혹자는 “요즘 엄마 아빠들 조리원도 다니고 참 유별나”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초보 엄마 아빠들에겐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섭고 조심스럽다. 지나고 나면 “조리원을 왜 갔나 몰라 호호” 라고 넘길지 모르겠지만,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그런 유별남 조차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라면 너무 속상할 것만 같다. 셋째를 낳는다고 해도 나는 어김없이 조리원을 선택할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한 달이라도 조리원에 있게 해주고 싶은 것이 남편들의 진짜 마음이기 때문에.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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