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경험서 나온 솔직함이 30년 베스트셀러의 비결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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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우스 오브 갓’ 저자 사무엘 셈

사무엘 셈은 ‘영혼이 머무는 곳’(2008년)으로 2009년 문학 부문 전미 도서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로 제작된 ‘하우스 오브 갓’ 외에 의학 드라마와 영화는 절대로 보지 않는다. 그것들은 가짜”라고 했다. 세종서적 제공
사무엘 셈은 ‘영혼이 머무는 곳’(2008년)으로 2009년 문학 부문 전미 도서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로 제작된 ‘하우스 오브 갓’ 외에 의학 드라마와 영화는 절대로 보지 않는다. 그것들은 가짜”라고 했다. 세종서적 제공
“고머(GOMER)는 ‘내 응급실에서 꺼져(Get Out of My Emergency Room)’라는 뜻이야.”

‘하우스 오브 갓’(세종서적)은 의학 소설의 시조새 격이다. 1978년 미국의 현직 의사가 썼다. 동료와 환자들로부터 비난받을까 봐 두려워 가명을 내세웠다. 착한 의사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크게 아프지 않으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를 ‘고머’라 부르고, 환자를 다른 과나 병동으로 넘기는 ‘터프’와 차트를 차에 광내듯 꾸미는 ‘버프(buff)’를 일삼는 냉혈한들이 병원을 활보한다.

소설은 30년째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의사들이 성경보다 더 많이 읽은 책으로도 꼽힌다. 최근 30여 년 만에 국내에서 출간됐다. e메일로 만난 저자 사무엘 셈(75)은 롱런 비결에 대해 “유머와 섹스가 담긴 세계 최초의 의학 소설이다. 또 소설 속 의사들은 ‘잠 좀 자게 이 할망구 환자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투덜거릴 정도로 솔직하다”고 자평했다

배경은 1970년대 종합병원 ‘하우스 오브 갓’, 주인공은 인턴 로이 G 바슈. 로이는 의사와 환자는 물론이고 원무과, 간호과, 사회복지과 직원들에게 수시로 혹사당한다. 로이가 겪는 부조리, 좌절, 성장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셈은 “자전적 소설이다. 실제 병원 생활은 이보다 더 혹독하다”고 했다.

“부조리한 일에 저항하는 마음으로 인턴 시절 쓴 이야기예요. 인턴 시절 환자를 인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대하도록 교육받았어요. 의료 시스템에서 배운 지식과 마음속 요구(상식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이 컸습니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은 레지던트 ‘팻맨’이다. ‘고머는 죽지 않는다’, ‘환자는 언제든 자신이 겪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의사에게 안겨줄 수 있다’, ‘의술을 베푼다는 것은 가능한 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등 ‘하우스 오브 갓의 13법칙’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별종이다. 셈은 13법칙에 대해 “환자를 치료할 때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치거나 상사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고, 가능성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인간의 치유력은 놀라울 만큼 강력하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소설 출간을 계기로 병원 시스템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졌다. 의사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측면도 크다. 의사인 남궁인 작가는 “의학이 환자의 병을 오히려 악화시키거나 병원에서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회의감은 현재에도 진행 중인 이슈다. … 50년 전인데도 주인공 로이 바슈가 상관에게 편하게 소리를 지르는 대목도 인상적”이라고 짚었다.

“의사들은 강한 자아, 고립된 자아를 지닌 사람들로 알려져 있지요. 착취당한다면 연대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함께하면 힘이 생기죠. 의술은 오직 우리 의료진이 한다는 걸 명심했으면 합니다. 분명히 의사가 없으면 치료도 없습니다.”

의사, 소설가, 극작가, 사회운동가로 일한 지 40여 년. 그의 관심은 언제나 “의료계에서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곧 선보일 신작에서는 돈과 전자의무기록에 점령당한 의료계를 파헤친다. ‘하우스…’의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속편 격이다. 한국의 동료 의료진에게 “고립은 치명적이다. 연결돼 있으면 치유된다”는 조언을 건넸다.

“모두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고통을 주변으로 전파하지 마세요. 환자를 돌보는 건 커다란 재능입니다. 당신이 환자를 돌보는 순간은 환자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일 거예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하우스 오브 갓#사무엘 셈#영혼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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