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변호인’ 등 화제작을 낳은 양우석 감독(50)이 30일부터 연재하는 다음웹툰 ‘정상회담: 스틸레인3’를 통해 ‘스틸레인’ 유니버스를 확장한다. 전작에서 핵전쟁 시나리오가 포함됐다면, 이번에는 핵잠수함에 갇힌 남북미 정상의 내밀한 대화와 상상력이 동원됐다. 그의 세계관에서 동북아는 다시금 요동친다.
양 감독을 21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사 사옥에서 만났다. 양 감독은 “독자들이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분단이라는 실체를 새롭게 바라봤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8월 말부터 같은 시나리오에 기반한 영화 ‘정상회담’을 촬영하며 웹툰과 영화 제작을 병행 중이다. 작화는 김태건 작가가 맡았다.
장르는 달라도 두 작품은 모두 ‘분단의 키치화’를 경계한다. 그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분단은 일상이 됐어요. 특히 젊은층이 북한이나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키치화’(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된 시선도 깰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가 그린 세계에서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의 기운은 오롯이 남북한만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이 짜놓은 판에서 “한반도 문제는 종속변수”가 된다.
양 감독이 분단 문제에 천착한 건 어렸을 적 겪은 트라우마 때문이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를 지켜본 그는 “전쟁이 실제로 날 뻔했고, 언제든 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을 평생 못 잊는다”고 했다.
이때부터 한반도 정세에 호기심이 생긴 그는 ‘닥치는 대로’ 관련 서적을 섭렵했다. 이때 체득한 지식은 요즘도 시나리오 창작의 좋은 원천이 된다.
“한 사건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뒤따라 나올지 시나리오별로 전부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요.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정해지면 그 위에 상상력이 발붙일 만한 적당한 곳을 찾습니다.”
양 감독은 영화 이전 ‘브이’ ‘스틸레인’ 등의 웹툰 스토리 작가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출판만화가 초토화되고 웹툰 시장은 동호회 수준일 때 취미 삼아 웹툰 작가로 발을 들였다. 제가 구상한 세계를 표현하는 게 너무 재밌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고 했다.
취미 수준이었다지만 김정일 사망을 비롯해 그가 만화에서 그린 정세는 현실에서도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예측가’라는 별명도 생겼다. 인터뷰 당일도 그는 “트럼프의 미국 내 상황이 핵심인데 조만간 남북, 북-미 회담이 실현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양 감독은 앞으로도 영화와 웹툰을 모두 놓지 않을 참이다. “내수 한계로 결국은 영화든 웹툰이든 수출형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그는 한국형 무협물의 웹툰, 영화화를 구상 중이다. 다만 스트레스가 덜한 웹툰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고 했다.
“웹툰 작업은 부담 없이 내 세상을 그릴 수 있잖아요. 반면 영화에서 남의 큰돈을 투자받은 걸 생각하면…. 하하. 다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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