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유학을 다시 닦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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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소수서원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수서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강학당을 둘러보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수서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강학당을 둘러보고 있다. 경북도 제공
최초라는 타이틀엔 무게가 있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서원에서 모시는 분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성리학을 들여온 인물이다. 동방 성리학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회헌 안향선생(1243∼1306) 이다. 최초의 서원에서 길러낸 수많은 선비들의 꼿꼿한 정신이 독립운동까지 면면히 이어져 영주는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소수서원은 신라시대 때 창건된 숙수사(宿水寺) 터에 세워졌다. 1543년 풍기군수였던 주세붕이 안향 선생을 기려 백운동(白雲洞)서원으로 세웠고 1550년 퇴계 이황이 조정에 건의해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았다. ‘소수(紹修)’란 무너진 유학을 다시 닦게 한다는 의미다.

죽계천을 따라 아름드리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 있다. 입구의 솔숲은 이름마저 학자수(學者樹)다. 정문인 사주문으로 들어서면 세로로 긴 형태의 강학당을 만난다. 학교를 앞에 사당을 뒤에 두는 중국식 ‘전학후묘(前學後廟)’와 달리 소수서원은 서쪽을 으뜸으로 하는 우리식 방향잡기를 따라 ‘동학서묘’(동쪽에 강학당, 서쪽에 문성공묘)를 택했다.

강학당 뒤로 서에서 동으로 도서관인 장서각, 스승의 숙소인 직방재와 일신재, 학생 기숙사인 학구재와 지락재가 나온다. 기숙사는 행여 스승의 그림자를 밟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뒤로 두 칸 물려 지었다. 대청 및 방바닥 높이도 스승숙소에 비해 30cm를 낮췄다. 학문뿐만 아니라 예의와 인격수양의 도장이라는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엄격한 질서만 강조한 건 아니다. 퇴계가 소수서원에서 무쇠장이를 제자로 받을 만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겐 신분을 따지지 않고 열려 있는 공간이었다.

소수서원에서 백운교나 죽계교를 건너면 소수박물관, 선비촌으로 이어진다. 소수박물관은 성리학과 선비 문화를 조명한 곳으로, 소수서원에서 보관하던 유물을 전시한다. 소수박물관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기념으로 내년 5월까지 특별기획전을 연다. 국보로 지정된 안향초상을 비롯해 보물 2점, 국가민속문화재 1점, 도지정문화재 4점 등 50여 점을 전시한다. 선비촌은 영주지역의 선비들이 살던 공간을 그대로 재현했다. 영주시는 세계유산인 부석사와 소수서원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선비문화 관광도시이자 국립산림치유원 등 자연자원을 활용한 힐링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을에 영주를 찾으면 힐링과 건강을 챙기는 다양한 축제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이달 12∼20일 영주시 풍기읍 일원에서 ‘2019영주풍기인삼축제’가 열린다. 질 좋은 풍기인삼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량인삼선발대회, 인삼캐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축제 기간 소백산과 시내 일원을 걷는 소백힐링걷기대회도 열린다. 무량수전과 함께 아름다운 은행나무 길로 유명한 영주 부석사 일원에서는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영주사과축제가 열린다. 전시, 체험, 판매장과 사과홍보관, 버스킹 공연, 사과 작품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한국의 서원#세계문화유산#영주 소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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