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독살설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다. 그런데 이에 관한 루머는 모차르트의 사망 직후 빈 음악계에 풍문으로 떠돌았다고 한다. 로시니도 살리에리를 만난 자리에서 반농담으로 ‘이 소문’을 언급했다. 루머에 스트레스와 시달림을 받은 살리에리는 죽기 2년 전 치매로 요양소에 실려가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다’는 혼잣말도 했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편지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모차르트가 ‘황제의 눈에 든 인물은 살리에리뿐’이라고 불평을 늘어놓거나 질투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오히려 살리에리는 1788년 궁정 카펠마이스터로 임명된 뒤, 자신의 곡이 아닌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무대에 올렸다. 관계가 좋아진 두 사람은 공동으로 칸타타를 작곡하기도 했다. 어쩌면 ‘모차르트 독살설’은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난 천재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상일지 모른다.
책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적 유서로서의 ‘비창’, 말러가 죽고 난 뒤 그의 삶을 왜곡했던 아내 알마의 모습 등 서양 음악사의 뒷이야기를 파헤친다. 클래식 음악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저자가 일반적 개설서에서는 만날 수 없는 20개의 화제를 엄선했다. 눈 밝은 클래식 팬이라면 알 법한 이야기라도 새롭게 들여다보려고 했다.
‘예술은 어렵다’는 막연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성전’처럼 지어진 콘서트홀에서 만나는 음악이 때로는 박제된 성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책은 그 음악 속에 담긴 시공간을 넓게 펼쳐 보여준다. 그 속의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중요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클래식 음악 또한 인간의 사소한 일상에서 출발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곰국처럼 깊은 정보를 반듯하고 정갈하게 차려낸 문장도 매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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