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뷰티시장을 주도하는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 국내 첫 매장을 열고 온라인스토어도 공개했다. 소비자가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옴니채널(Omni-channel)로 출발한 것이다. 매장 개장일에는 500m 넘는 대기 행렬이 있었고, 오픈 후 사흘간 2만3000여 명이 다녀갔다. 벌써 품절된 제품도 나왔다.
10월 28일 뷰티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세포라 한국 1호점 현장을 찾아가봤다.
1970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세포라는 ‘글로벌 뷰티 공룡’으로 불린다. 전 세계 34개국에 2600여 개 매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프레스티지 뷰티 리테일러로,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소유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가거나 해외 직접구매(직구)로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 국내 ‘코스메틱 덕후’(코덕)들이 오매불망 기다려왔다.
40여 개 독점 브랜드로 관심 끌어
세포라 파르나스몰점은 547m² 규모에 세포라 특유의 블랙 앤드 화이트 스트라이프로 매장 디자인을 완성했다. 전면 입구는 22m 사이즈라 시원하게 탁 트인 느낌이었다. ‘겔랑’ ‘입생로랑’ ‘에스티로더’ ‘지방시뷰티’ ‘랑콤’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부터 ‘설화수’ ‘헤라’ ‘라네즈’ 등 국내 브랜드까지 총 100여 개의 뷰티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자 제품군을 스킨케어, 메이크업, 향수, 헤어 등으로 분류했다.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에서 30~40분이 지나자 100명에 가까운 손님으로 매장이 찼다. 손님 연령대도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 건 세포라의 강점으로 꼽히는 독점 브랜드였다. ‘타르트’ ‘후다뷰티’ ‘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 ‘조이바’ ‘스매쉬박스’ 등 40여 개의 해외 독점 브랜드와 더불어 ‘활명’ ‘탬버린즈’ ‘어뮤즈’ 등 3개의 국내 독점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세포라가 자체 개발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세포라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향수, 보디, 헤어를 포함한 다양한 카테고리를 갖췄다. 세포라 관계자는 “신뢰받는 클래식한 브랜드부터 인디와 신생 브랜드까지 세심하게 선별한다”며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한국 뷰티 브랜드도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뷰티 놀이터 같은 느낌이다. 경쾌한 분위기의 매대 곳곳에는 각양각색의 화장품이 가득하고, 방문객들은 너나없이 테스트용 제품을 자유롭게 바르며 놀이하듯 즐겁게 제품을 체험하고 있었다. 매장을 찾은 20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모(여) 씨는 립스틱과 아이섀도 같은 메이크업 제품들을 테스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 세포라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특히 ‘세포라 컬렉션’의 아이섀도가 가격이 착하고 발색력도 좋다고 해 코럴 컬러를 구입하러 왔다”고 말했다.
향수 코너도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계산대 옆 넓은 공간에 평소 국내 매장에서는 보기 힘든 니치 향수와 프레스티지 향수 브랜드가 한데 모여 있었다. ‘메종 마르지엘라’ ‘로에베’ ‘반클리프 아펠’ ‘티파니’ ‘구찌’ ‘아쿠아 디 파르마’ ‘아틀리에 코롱’ 등이 대표적이다. 40대 직장인 김모(여) 씨는 선물용 향수를 구입하려고 매장을 방문했다. 그는 “발품 팔지 않고 한자리에서 고급 브랜드들의 여러 가지 향수를 시향할 수 있어 편하다. 작품 같은 향수 패키지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헤어케어 제품 역시 ‘퍼시앤리드’ ‘브리오지오’ ‘IGK’ ‘크리스틴 에스’ 등 입소문난 브랜드들이 모여 있었다. 남성용 제품인 ‘랩시리즈’와 ‘비오템 옴므’ 매대도 따로 있다. 계산대 앞에 마련된 3개의 미니 화장품 매대는 세포라만의 특징이다. ‘파머시’ ‘타르트’ ‘세포라 컬렉션’ ‘설화수’를 포함해 100여 종의 미니 사이즈 제품을 판매한다. 세포라 관계자는 “고가 제품을 트래블용 크기로 제작하면 가격 부담이 줄면서 테스트하기도 쉽다. 소비자가 실제 사용해본 후 본품 구매로 연결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뷰티 서비스 차별화에 집중
무수히 많은 화장품 천국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는 건 ‘BA’로 불리는 ‘뷰티 어드바이저(Beauty Advisor)’다. 세포라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중 하나다. 마치 ‘화장품을 잘 아는 언니나 동생’ 같은 느낌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제품을 제안하고 체험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숙련된 메이크업 기술을 갖춰 전문적인 조언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미국과 호주, 스페인 출신의 외국인 3명을 포함해 20여 명의 뷰티 어드바이저가 배치돼 있다.
체험형 콘텐츠도 다양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선, 미리 예약하면 중앙의 ‘뷰티 스튜디오’에서 15분간 무료로 메이크오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뷰티 플레이’ 서비스로, 피부 표현과 아이·립 메이크업 등 7가지 카테고리 가운데 원하는 메뉴를 고른 뒤 뷰티 어드바이저의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으면서 맞춤 제품을 추천받는 방식이다. 세포라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적 포인트에 따라 화이트, 블랙, 골드 회원이 된다. 골드 회원은 한 달에 한 번 메이크업 서비스(45분)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다이슨 헤어 스타일링 바’는 세포라에서 최초로 선보인 헤어 스타일링 공간이다. 테이블과 의자, 헤어드라이어, 그리고 일명 ‘다이슨 고데기’로 불리는 헤어 스타일러가 마련돼 있다. 손님들은 자그마한 헤어숍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문적인 헤어 스타일링이 가능한 직원이 맞춤형 헤어 진단과 함께 다이슨 헤어기기를 활용해 스타일링을 해준다. 서비스를 받으려면 미리 예약해야 하지만, 체험은 언제든 가능하다. 아침부터 이곳에서 헤어를 손보는 여성이 여러 명 눈에 띄었다. 이외에 피부 컨디션 측정기기인 ‘스킨크레더블’을 활용해 피부 타입에 알맞은 제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뷰티 전쟁터인 한국에서 플랫폼?
세포라가 어느 나라에서나 무적불패 신화를 기록한 건 아니다. 일본과 홍콩에서는 현지 브랜드에 밀려 철수한 바 있다. 국내에는 한국형 세포라를 표방하는 ‘시코르’부터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뷰티 편집숍이 넘쳐난다. 전문 분야가 갈수록 특화되는 국내 뷰티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세포라는 어떤 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김동주 세포라코리아 대표이사는 세포라 파르나스몰점 오픈식에서 “그간 국내 뷰티시장에서 만나볼 수 없던 새롭고 다채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국내 뷰티 트렌드를 글로벌시장에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도 하겠다”고 밝혔다. 세포라는 파르나스몰점을 시작으로 2호점 명동 롯데영플라자점과 3호점 신촌 현대유플렉스점을 포함해 내년까지 7개 매장, 2022년까지 14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매장을 둘러보며 가장 큰 강점으로 느껴진 것은 ‘세포라에만 있는 독점 브랜드’였다. 매장에서 만난 손님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손님들이 몰리는 곳도 독점 브랜드 매대였다. 20대 회사원 신모(여) 씨는 “세포라에서만 파는 ‘타르트’와 ‘후다뷰티’를 구경하러 방문했다”고 전했다. 40대 주부 강모 씨도 “평소 국내에서 볼 수 없던 외국 브랜드가 많다고 들었다”며 “‘후다뷰티’의 네온핑크 아이섀도와 ‘투페이스드’의 하이라이터를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자도 ‘세포라 컬렉션’의 립밤과 매니큐어를 샀다. 단, 생각보다 매장 규모가 크지 않고, ‘캣본디’ 같은 인기 브랜드가 들어오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도 들렸다.
김 대표이사는 “세포라 한국 1호점이 세계 2600여 개 매장 중 100대 매장에 들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후발주자 세포라가 코덕 천국, 뷰티 전쟁터인 국내시장에서 어떤 경쟁력과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까. 화려한 서비스 경쟁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소비자 관문 통과가 우선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로부터 강렬한 각인 효과를 얻지 못하면 시장 내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도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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