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이 ‘버킷리스트’였던 김남길은 단체 채팅방에서 이선균의 제안을 단박에 받아들였다고 한다. tvN 예능 ‘시베리아 선발대’ 멤버 섭외의 구심점이 된 이선균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라라랜드’를 같이 본 이상엽과 18년 지기 대학 후배 김민식을 차례로 불러냈다. SBS ‘열혈사제’에서 호흡을 맞춘 고규필 섭외는 김남길이 맡았다. 8월, 다섯 명의 배우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2일 일정의 모스크바행 열차에 올랐다.
배우들의 예능진출이 일상이 된 요즘, 초면인 멤버가 아니라 지인과 편하게 방송을 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예능 출연과 바쁜 일정으로 소홀했던 ‘우정다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 제작진 고유권한이던 섭외에 배우들이 앞장서는 일도 잦다.
통성명을 하는 등 데면데면한 첫 만남이 생략돼 촬영도 한결 수월해졌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제작진에게 배우들은 앞 다퉈 서로의 친분을 과시한다. 김민식은 주 3회 함께 걷는 이선균을 “우리 형”이라고 소개한다. 김남길은 혀를 날름거리는 이선균의 습관을 꿰고 있을 정도. 드라마 촬영으로 뒤늦게 합류한 이상엽은 여행 전 배우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어색함을 없앴다고 한다.
때론 친구들의 존재가 ‘예능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이달 말 방영되는 KBS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정 씨가 직접 섭외한 배우 은종건, 임현수와 함께 미국 뉴욕으로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정 씨는 “첫 예능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친한 형, 동생과 함께해 행복한 첫 뉴욕 여행이 됐다”고 전했다.
7월 유튜브 채널 ‘모노튜브’에 친구들과 로스엔젤레스(LA) 생활을 공개한 강동원에게 배정남은 예능 선생님이다. “예능은 이렇게 찍는 것이냐”고 묻는 그에게 배정남은 “오디오 겹치니까 한 사람씩 얘기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배우 박시후는 첫 예능인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개묘한 여행’에서 드라마를 함께한 절친 윤봉길과 반려견을 데리고 캐나다로 떠났다.
‘시베리아 선발대’ 연출을 맡은 이찬현 PD는 “실제로 서로 친하기에 배우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들의 관계가 더 풍성해지고 깊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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