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루는 팟캐스트 가운데 가장 팬덤이 두꺼운 ‘책읽아웃’에 달린 댓글들이다. 지루한 일을 해야 할 때 ‘책읽아웃’만큼 좋은 콘텐츠가 없다는 뜻이다. 2017년 방송을 시작한 ‘책읽아웃’은 최근 2주년을 맞았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김하나 작가(44)와 오은 시인(37)이 격주로 번갈아 가며 각각 ‘측면돌파’와 ‘옹기종기’를 진행한다.
책읽아웃의 핵심은 ‘책’과 ‘대화’다. 책을 쓴 저자를 초대해 전방위 대화를 이어간다.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예스24 중고서점 홍대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진행자와 게스트의 밀도 높은 ‘대화의 정수’”라고 자평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만난 40여 명 가운데 각각 김원영 변호사(김)와 김혜순 시인(오) 편을 ‘레전드’로 꼽았다. 골형성부전증을 앓는 김원영 변호사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펴냈다. 김혜순 시인은 최근 세계적 문학상인 ‘캐나다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다가 초현실적인 기분에 휩싸였어요. ‘작가님과 한 편의 춤을 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둘이 동시에 눈물을 흘렸죠. 교양과 배려, 가치 등을 고루 갖춘 대화의 정점을 경험했습니다.”(김)
“숭고함을 느꼈습니다. 모든 회가 정보의 유익함과 깊이 있는 통찰을 갖췄지만, 김 시인과의 만남은 ‘영계 체험’ 급이었죠. 서슬 퍼런 얼음장 같은 대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한번 찾아 들어보세요.”(오)
이들 진행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김 작가 진행은 ‘논리, 깊이, 차분한 말솜씨’에, 오 시인 방송은 ‘자유분방, 재미, 언어유희’에 가깝다.
“오 시인은 타고난 천진함이 있어요. 순간적으로 게스트에게 몰입해 맞장구를 칠 때 진가가 드러나죠.”(김) “경청 뒤 질문을 되던지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주제를 놓고 옆으로 가지를 뻗는 동시에 아래로 깊이 뿌리를 내리죠.”(오)
두 사람은 직업이 여러 개다. 김 작가는 카피라이터에서 전직해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방송인으로 살고 있다. 오 시인은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면서 각종 진행, 방송, 그리고 대학 강의까지 소화한다. 그들에게 책읽아웃의 의미를 물었다.
“여러 직업 중에 제일 좋아하는 일이에요. 저는 일하는 것도 책, 쉬는 것도 책이에요. 일하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고, 동시에 성장의 토대가 되는 책읽아웃을 사랑합니다.”(김)
“2주에 한 번 한 작가의 세계를 빈틈없이 익히는 게 쉽진 않아요. 방송을 마치고 나면 기가 쑥 빠지죠. 하지만 진행하면서 ‘오은이 이런 사람이었어?’ 하고 깨닫는 부분이 많아요. 책이 주는 내적 충만함도 상당하고요.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이젠 살 것 같은 기분이랄까. 하하.”(오)
물론 이따금 어려움도 겪는다. 김 작가는 책의 내용을 수긍하기 힘들 때 조심스레 반론을 제기하거나 장점에 초점을 맞춰 얘기를 이어간다. “여러 제품 가운데 돋보이는 점을 찾아내 포장하는 카피라이터로 오래 일했어요. 그 내공이 진행에도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오 작가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을 고치느라 진을 뺐다고 한다. “침묵도 대화의 일부분이더라고요. 핑퐁처럼 자유롭게 진행하되 침묵이 필요한 순간에는 ‘음’ ‘그렇군요’ 하면서 휴지기를 둡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현대인에게 두 사람은 “대화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진심이 통하는 순간, 이해를 구하거나 공감을 주는 찰나…. 그런 대화가 내일을 살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바탕으로 시시콜콜 수다 떠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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