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백자, 소반, 조각보…. 오늘날 귀한 대접을 받는 문화재들은 당대에는 흔한 생활용품이었다. 이들은 언제부터 한국 전통미술을 대표하게 된 걸까. 후대 사람들은 왜 단원의 그림, 고려청자, 조각보를 좋아하는 걸까. 300년 뒤에는 지금의 보통 물건들도 명작이 될 수 있는 걸까.
고미술 문화재 담당기자를 지낸 뒤 서원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한국미가 형성되는 과정을 짚어 나간다. 한국적 미감에는 컬렉션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수집으로 일상용품은 미술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대중의 감상을 거치면서 컬렉션은 시대적 맥락을 덧입는다. 특히 1960, 70년대 ‘한국미술 2000년전’(1973년) 같은 전시는 한국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장을 마련했다.
“미적 경험이나 한국미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 기억으로 축적되고 그 기억은 다시 컬렉션과 전시에 개입해 미적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미적 인식과 사회적 기억은 그렇게 변화하고 또 변화한다.”
국내 컬렉션의 흐름을 살핀 3장과 문화재들이 미적 의미를 획득하는 다채로운 과정을 추적한 5장은 특히 흥미롭다. 컬러 도록을 곳곳에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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