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은 아기 삽살개 달구를 만난다.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준섭 아저씨가 데려왔다. 여명의 아버지는 남몰래 독립 자금을 대고 있다. 달구는 쑥쑥 자란다. 어느 날 아버지는 여명에게 먼 산동네로 비밀 편지를 전하는 심부름을 시키고, 달구는 든든한 길동무가 돼 준다. 일본군은 여명의 형을 비롯한 학생들을 징집하고 전쟁 물자로 쓰려고 집집마다 키우던 삽살개까지 모조리 끌고 간다. 여명은 친구 귀덕, 동배와 달구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데….
일본이 곡식부터 사람까지 수탈해 가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여명과 달구의 깊은 우정을 따스하게 그렸다. 돌멩이를 던지면 금방 물어오고 말도 잘 알아듣는 달구는 토종개인 삽살개의 명민함을 상징한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삽살개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급격히 줄어든 이유도 알 수 있다. 모진 핍박에도 꺾이지 않는 아이들과 달구. 강한 생명력으로 이 땅의 사람과 동물은 그렇게 버텨왔다. 미래를 향한 희망의 씨앗을 남겨둔 마지막 장면은 찡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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