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낙산묘각사는 템플스테이 외국인 참가자가 올해만 벌써 3000명을 넘어섰다. 세계수학자협회 학자들과 미국 백악관 직원들도 다녀갔다고 한다. 홍파 스님은 “자신을 색깔이나 형태를 만들어 착각 속에 끼워 넣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계획도 걱정도 집착하지 말고 내버려 둬라”고 조언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달빛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둘 다 비추어줍니다/좋고 싫은 것은 없습니다/다만 있을 뿐입니다/우리가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할 뿐입니다.”(‘있는 그대로’에서)
시큼한 가을비 내리던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낙산묘각사 처마 끝에 매달린 빗방울은 괜스레 울적해 보였다. 주지인 홍파 스님(76·대한불교관음종 총무원장)은 “마음과 느낌의 문제”라며 “거기서 번뇌가 시작되니 지금 이 순간 이 한 생각을 접어라”고 했다.
―그게 맘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양을 하는 거죠. 마음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느낌은 외부 작용으로 발생하는 감각입니다. 이를 혼동하지 말고, 있는 대로 지켜볼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게 깨달음이죠.”
“내면을 다스리는 게 바로 힐링이죠. 청자 가운데 군인이나 경찰, 학생이 많습니다. 열심히 사는데도 불안하다 하소연해요. 그 불안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뜻대로 다 풀리면 좋죠. 그럼 걱정이 없을까요.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고 마음먹는 순간,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게 시작입니다.”
―낙산묘각사는 외국인 템플스테이로 유명합니다. 비슷한 조언을 하시나요.
“말보단 명상을 권합니다. 외국인 신청자는 대학교수, 외교관 등 남부럽지 않은 지식인이 많습니다. 그들이 왜 절을 찾을까요. 현대인은 다들 머릿속엔 해결책이 있어요. 마음을 못 붙잡는 거죠. 수백 마디 말보단 가슴으로 한번 느껴야 합니다.”
―외국인 템플스테이 전국 1, 2위를 다투는 비법치곤 소소합니다.
“몇 년 전부터 프랑스 항공사 기장이 자주 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여기부터 온다더군요. 최근엔 자기 딸까지 데리고 왔어요. 여기만 오면 맘이 편하대요. 그게 기본입니다. 우리 절은 하나만 지킵니다. ‘객을 벗으로 여기라.’ 인연은 높낮이가 없습니다.”
“20년이 넘었죠. 그간 1000기 이상 모셔왔어요. 여전히 일본에 산재한 유해가 10만 기쯤 됩니다. 공공 지원이 간절한데, 정부는 자꾸 형식과 절차에 매달려요. 한일 관계는 참 복잡합니다. 명분만 좇다간 실리를 잃어요. 신뢰와 노하우를 가진 민간단체를 믿고 밀어주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세상사 이치와 비슷합니다.
“현대인은 백이면 백 다 생각이 달라요. 그러니 산 좋아하면 산에 가고, 바다 좋아하면 바다 가면 됩니다. 바다로 가는 이를 붙잡고 산이 좋다 강요한다고 바뀌나요. 내 심지 굳은 건 좋지만, 나만 옳다 하면 안 되죠. 받아들일 줄 모르면, 나도 너도 바뀌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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