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8일부터 3번기 대국 추진
프로 24년만에 은퇴하는 李 9단… 알파고 상대 ‘인류 유일 1승’ 기록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36)과 인공지능(AI)의 대결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20일 복수의 바둑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9단은 다음 달 18일부터 3번기로 NHN이 개발한 AI ‘한돌’과 대국을 벌일 예정이다. 룰은 이 9단이 두 점을 놓은 뒤 덤 7집 반을 주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이 9단 측과 NHN은 대국료와 대국 조건 등 세부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 중계는 SBS가 맡는다.
한돌과의 대결은 사실상 이 9단의 마지막 대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돌은 NHN이 1999년부터 한게임바둑을 통해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7년 12월 출시한 AI다. 한돌은 올 1월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신진서 등 국내 최정상권 프로기사 5명과 벌인 호선(흑이 덤을 주는 것) 대국에서 전승을 거뒀다. 8월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AI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도 통하는 실력임을 보여줬다.
바둑계에선 이 9단이 힘겨운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목진석 9단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기사의 마지막 무대인 만큼 승패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9단이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이 9단은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대국을 펼쳐 4-1로 패배했다. 이때 거둔 1승은 지금까지도 프로기사가 AI를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로 남아 있다.
1995년 7월 12세의 나이로 입단해 국수전 등 국내 대회 32차례, 세계 대회 18차례 등 총 50차례 우승한 이 9단은 19일 한국기원을 방문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24년 4개월 프로기사 생활의 마감을 앞두고 있다. 앞서 그는 3월 ‘3·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대국’에서 중국의 커제 9단에게 패한 뒤 “아마 올해가 마지막인 것 같다. 장기간 휴직이나 완전 은퇴 둘 중 하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이 9단의 은퇴 소식이 전해지자 그와 2000년대 라이벌 관계였던 중국의 구리 9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알파고와 싸워 이겨 인류의 지혜, 문명을 지켜준 것에 감사한다. 당신은 내가 항상 좇던 목표였다. 나를 격려해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고 적었다.
이 9단이 은퇴를 결정한 배경에는 한국기원과의 불화가 깔려 있다. 그는 2016년 5월 프로기사회가 대국 수입의 일부를 공제해 적립금을 부당하게 가져간다는 이유로 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프로기사회를 탈퇴했다. 올 7월 한국기원은 이사회를 소집해 ‘기사회 소속 기사만이 한국기원 주최·주관·협력·후원 기전에 출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관을 의결하면서 이 9단은 공식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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