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이 ‘겨울왕국2’의 개봉 직후 스크린 독과점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은 현재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상황 속 ‘역풍’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며 규제와 지원 정책이 병행되는 영화법 개정을 촉구했다.
정지영 감독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겨울왕국2’ 개봉에 따른 스크린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영대위)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어제 날짜로 (‘블랙머니’)극장 좌석수가 90만석에서 30만석으로 줄었다. 스코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줄었다”면서 ‘겨울왕국2’의 개봉에 ‘블랙머니’가 영향을 받은 사실을 밝혔다.
정 감독은 “‘블랙머니’ 제작진이 여기에 나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했더니 비난하는 댓글이 엄청나게 올라온다고 했다. 역풍을 맞는다는 것이다”라며 “왜 맞았느냐. 우리가 잘못한 게 있느냐. 우리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시장의 공정성을 호소하자고 하는 건데. 그 역풍이 잘못됐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규제와 지원 정책이 병행되는 영화법 촉구를 위해 열렸다. 이은 회장은 “‘겨울왕국2’가 개봉 임박하자 예매 점유율 90%를 넘었다. 많은 기자들이 사무실로 연락이 왔다. 반독과점영대위 입장을 묻더라”며 “‘겨울왕국2’ 전에 1등하던 영화가 ‘블랙머니’라 관심이 많아서 기자들을 뵙고 설명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단톡방’ 토론을 통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했다.
반독과점영대위는 그간 소수의 대기업 영화관이 국내 스크린의 92%, 입장료 수익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현 상태를 비판하며 영화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촉구해왔다.
반독과점영대위가 개정을 요구중인 영화법은 Δ대기업의 배급업·영화상영업 겸업 반대 Δ공평한 상영관 배정 Δ복합 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의 일정 비율 이상 상영 금지Δ복합 상영관의 예술·독립영화 전용관 지정 Δ예술·독립영화 연간 상영일수 지정 등의 규제·지원 정책을 포함한다.
이날 반독과점영대위는 “영화 다양성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법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특정 영화의 배급사와 극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겨울왕국2’ 등 관객들의 기대가 큰 작품의 제작·배급사와 극장은 의당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화 향유권과 영화 다양성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따라서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영화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일부 특정 영화들이 나머지 대부분의 영화들을 압사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승자독식·약육강식이 당연한 것이라면 우리들의 삶과 우리네 세상만사는 과연 어떻게 될까”라며 “시장이 건강한 기능을 상실해갈 때 국회와 정부는 마땅히 개입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반독과점영대위는 올해 독과점 논란을 일으킨 작품으로 ‘엔드게임’ ‘겨울왕국2’ ‘캡틴 마블’ ‘극한직업’ ‘기생충’ 등을 꼽았다.
정지영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의 문자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 개봉을 앞두고 가까운 사이인 봉 감독에게 상영 스크린의 1/3을 넘기지 않도록 힘을 써줄 수 있느냐는 문자를 했다는 일화를 전달하면서였다.
정 감독은 “봉준호 감독이 ‘제가 배급에 그렇게 관여할 수 있는 입장 아니라 죄송합니다만, 50% 이상 안 넘게 노력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빨리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제도적으로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더라”라고 봉 감독의 답장 내용을 알렸다.
이어 “봉준호 감독에게 말 안 하고 얘기해서 미안하다. 나하고 이후에 소통은 못 했는데 봉준호 감독은 애써 노력했지만 안 되는 자괴감에 상당히 슬펐을 것 같다”며 “(봉 감독에게)미안하다. 봉준호에게 되지도 않을 일을 주문한 것 같아서. 내가 이렇게 어리석다. 감독이 주문한다고 되는 일이겠냐”고 덧붙였다.
정지영 감독은 이번 기자회견이 단순히 독과점을 하는 대기업을 비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닌 법 개정을 촉구하는 자리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법 제도 안에서 불공정 시장이 계속되는데 마냥 기업만 비판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그들은 최대 이익을 추구하면서 법망만 피하면 된다”며 “국회가 해야 한다. 오래 전에 개정법을 올려 놓고 아직 처리를 못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영화정책 담당자가 해야한다. 영화 진흥위원회, 그들이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겨울왕국2’는 좋은 영화다 어린이와 학부모가 좋아한다. 그 좋은 영화를 오래, 길게 보면 안 되느냐. 한 번에 (많은 관객을)잡고 넘어가야하나? 다른 영화에 피해를 안 주면서 공정하게 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독과점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단기간에 흥행 스코어를 내는 현재 시스템을 비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과 이은 한국제작자협회 회장, 낭희섭 독립영화협회 대표, 황의완 부산영화협동조합 대표, 권영락 반독과점영대위 운영위원, 배장수 반독과점영대위 대변인, C.C.K 픽쳐스 최순식 대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 참석했다. 정지영 감독은 반독과점영대위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며 최근 상영 중인 ‘블랙머니’의 연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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